전 회에, 우리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압 수준인 약전계(弱電界)와 전자파의 안전 문제를 기술했는데, 본 회에서는 강전계(强電界)의 전기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좀 살펴볼까 한다.　 전기가 중화되어 있을 때나 매우 약할 때는 그 존재조차 알 수 없지만, 전압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전기는 여러 가지 작용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전기가 초고압(超高壓) 상태가 되면, 저전압(低電壓)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나타내게 되고, 또 아주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얘기다.　 다른 회에서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導體)와 전기가 잘 흐르지 못해 전기절연체로 쓰이는 부도체(不導體)를 구분한 것 같다. 그런데 전기가 초고압 상태가 되면, 부도체의 벽도 쉬 무너지게 되는데, 가령 도로나 집 마당에 초고압선이 떨어져 있는데, 그것을 치우겠다고 절연 고무장갑을 끼고 전선을 만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즉시 감전사(感電死) 할 수 있는 자살행위와 같은 것인데, 즉 초고압 하에서는 어떤 절연체도 절연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일본 후쿠시마 지진 때, 평소에는 파도를 잘 막아주던 방파제가 높은 수압을 가진 쓰나미가 밀려오자 맥없이 무너지는 것에 비유하면 어떨까?　 때문에 약전계에서 평소에 통하던 상식이 강전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지식이 되기 때문에, 전기 계통의 기술계에서는 굳이 전기 취급 분야를 약전계와 강전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초고압의 전기가, 도체와 부도체를 전혀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초고압 전기 역시 부도체 보다는 도체를 당연히 좋아하기 때문에 어스(earth) 장치가 전기 안전에 활용 된다. 즉 접지 (接地)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대부분의 전류는 그 쪽으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사람이 감전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구름 속에서 발생된 전기를 안전하게 지하로 흘려보내는 장치가 또한 `피뢰침`이라는 것이다.　 기술적인 용어로는 공전(空電)이라고 해야 하는, 하늘을 떠도는 전기가 다름 아닌 번개인데, 공간에 전하(電荷)가 쌓여 전압이 임계치 이상 높아지면, 공기라는 부도체의 절연을 깨고 특정 방향으로 흐르면서 공중에서 스파크를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땅으로 향하는 전류 통로가 만들어 지면 곧 벼락이 된다.　 그러니까 벼락이란 공중을 떠돌던 전기들이 모여 땅에 부딪혀 방전되는 현상으로, 전기는 항상 전기저항이 적은, 도체가 있는 쪽으로 우선 통로를 만들기 때문에, 번개가 잦은 비 오는 날, 양도체인 금속으로 된 뾰족한 지붕의 우산을 들고 야외를 다니는 것은 로또 일 등에 당첨되는 것 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벼락에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고전압의 전기는 자연적인 것이든 인공적인 것이든 대단히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고, 부득이 가까이 있을 때는 전기가 가진 성질을 잘 이해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전기가 쉽게 유인될 수 있는 양도체는 반드시 피해야 하고, 습기를 멀리해야 한다.　 젖은 손으로 전기 플러그를 만지다가 감전이 잘 되는 이유는, 물이 공기보다는 훨씬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류는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전기가 플러스 전기로 이동하는 현상인데, 회로가 중간에 열려 있으면 전류가 발생 될 수 없고, 반드시 회로가 모두 닫힌 상태 즉, 폐회로(閉回路)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자칫 혼동할 수 있는 것은 흔히 폐회로라고 하면 전기가 끊어진 상태로 오해할 수 있는데, 사실은 정 반대의 의미다. 즉, 전류는 회로가 끊어진 지점이 없이 모두 닫혀 있을 때(on) 흐름이 발생될 수 있지만, 어느 한 곳이라도 끊어진 지점 즉, 열린 곳이 있으면(off) 흐름을 멈추기 때문에 개회로(開回路)는 전류가 멈춘 회로를 의미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전기 안전의 기본은, 인체가 전류와 폐회로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또 큰 전류가 목적 외의 폐회로를 만들어 높은 열을 발생시키고, 그에 따른 화재를 일으키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