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다 된 나이에 타지(他地)에서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우린 어떤 방식으로 타인(他人)과의 소통을 나눌까? 물론 SNS 등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요즘 시대에서 남들과의 소통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간 소통을 해오던 사람들이 아닌 이제 막 알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8일 오전 대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전문 공예가이자 대구, 부산 등 전국을 다니며 공예를 소재로 대중 강연을 하는 정선(48·여) 작가는 "늦은 나이에 대전으로 오게 됐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제가 쓴 `마음 그릇`은 그런 제 심정을 고스란이 담은 책"이라고 했다.그렇기에 `마음 그릇`은 순수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한 편의 시집이라 부를 수도 있고, 한 편의 에세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느 작가들처럼 달콤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가공하지도 않았고, 생각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정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투박한 단어들로 묶어 224편의 에세이로 풀어냈다.에세이 한장한장에는 정 작가가 `타지`라고 지칭하는 대전에서의 삶에서 겪게 된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제가 살아가는 삶이지만 결국 그것의 잣대는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결정된다. 어둠에 갇힌 사람이 되기 보다 능력을 갖춰 남들의 눈에 띄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정 작가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는 큰 마음가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 작가는 전북 김제시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부터 대전에 오기까지 전주시에서 살았다. 전북대 자원공학과를 졸업 후 방과후 학교에서 수학강사를 지낸 그는 잠이 오지 않거나 무료한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수학의 정석`을 풀었을 정도로 수학 마니아였다. 그랬던 그가 수학과는 무관한 공예가이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다재다능한 그의 능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노력해온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 방과후 수업을 하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클레이 공예를 통해 자신의 다른 모습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대전에서 지낸 10년 동안 열댓개에 달하는 공예 관련 자격증과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를 통해 공예의 새로운 미(美)를 전국에 퍼뜨리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나는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 그릇`을 탄생하게 한 밑그림이 됐다.정 작가는 "클레이 공예를 처음 접한 이후 계속 빠져드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취미와 직업이란 두갈래 길에서는 갈등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갈등은 얼마가지 않았다. 딸이 저보고 소질이 있다고 극찬을 하면서 저는 지금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이번에 출간한 `마음 그릇`은 제가 갖고 있는 미래의 꿈을 표현한 주춧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저는 글쓰는 공예장이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저만의 색깔로 공예를 하면서 꾸준히 다양한 글을 써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