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첨성대를 중심으로 한 동부사적지의 꽃단지를 조성하면서 설치한 그늘막 파라솔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서도 접힌 채 방치돼 주말을 이용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26일 오랜 장맛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를 보인 경주에는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이 발길을 이었다. 특히 다양한 여름꽃이 만발한 동부사적지 꽃단지에 관광객들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그러나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고 장마로 젖은 땅에서 증발하는 수분까지 보태져 10분 정도만 걸어도 땀이 흘러 관광객들은 꽃구경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문제는 경주시가 꽃 단지에 약 20개에 이르는 그늘막용 대용 파라솔을 설치해 두고도 이날 한 곳도 펼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이다. 인천에서 관광을 온 김찬호(44)씨는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경주를 찾아 사적지의 아름다운 꽃단지를 즐기려 했지만 너무 더워 오래 머물지 못했다"며 "그늘막을 설치해 두고도 전혀 펼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첨성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8)씨는 "비가 올 때는 당연히 그늘막을 접어두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렇게 맑고 더운 날 펼치지 않은 것은 근무태만"이라며 "관광객들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카페로 들어와서는 경주시의 무책임함을 성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일요일이어서 경주시청 당직 근무자에게 오전 일찍 민원을 제기했지만 하루 종일 조치가 없었다"며 "휴일이어도 관련 부서에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충효동의 박필환(63)씨는 "토요일의 경우 하늘은 흐렸지만 충분히 꽃단지를 즐기기에 좋은 날씨였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많은 사람이 낭패를 당했다"며 "비가 와도 파라솔이 펴져 있었다면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