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土`갤리리 전시관에는 현관 초입부터 다양한 표정과 색상의 부엉이들이 담긴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야행성 동물 특유의 날카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관객과 눈을 마주하는 그림들 하나하나에는 오랜 벗을 대하듯 편안하면서도 공손함이 느껴졌다. 김옥필 작가가 `土`갤러리 개관 첫 전시회 `부엉이와 함께`에서 선보이는 그림들은 그렇기에 따스했다. 이 같은 풍경이 가능했던 건 김 작가가 담고 있는 부엉이의 모습이 무엇보다 온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평소 알려진 틀에서 벗어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둑한 밤의 배경을 보다 밝은 색상으로 표현했고, 부엉이의 모습도 따스한 계열의 색상으로 차가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했다. 그의 노력은 `달밤의 소나타`와 `빨간부엉이` 등 다양한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부엉이가 있을 법한 칠흑같은 어둠을 밝은 보라색 계통의 색상으로 대신했고, 주위의 배경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부엉이의 모습도 빨강색과 노란색 등 밝은 계열의 색상을 통해 따스함을 전하려고 했다.김 작가는 부엉이를 화폭에 옮기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지난 2015년 초 우연히 떠난 일본 여행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했다. 패키지 여행 코스로 방문한 어느 전시관에서 다양한 모습의 부엉이 작품을 접하게 됐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한 감정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부엉이가 있을 법한 산 속의 고요함과 이내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발산하는 에너지가 요동치는 김 작가의 가슴 속을 차분하게 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듯 했다. 실로 그의 그림들은 부엉이의 모습과 풍경을 그가 같고 있는 생각이란 필터를 거쳐 따스한 모습으로 화폭에 가득 담겼다. 부엉이가 있을 법한 차가운 현실의 모습을 따스한 색상으로 대신해 차분하게 가라앉힌 것이다.김 작가는 "인물을 주로 그려왔던 제가 일본 여행에서 처음 접한 부엉이 작품들은 앞으로 제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며 "망설이지 않았다. 생각이 날 때마다 붓을 잡았던 평소 버릇처럼 한국에 오자마자 본격적으로 부엉이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김 작가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9년 가정주부로써 처음 그림을 접했다. 아들이 다니고 있던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시작한 뒤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데 전념하고 있다. 야간학교를 비롯해 이명숙 작가의 제자로써 꾸준히 공부를 해왔던 그는 홀로서기를 한 뒤 최근까지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구미술대전, 고양미술대전, 대한민국 수채화대전, 대한민국 친환경미술대전, 한국현대여성미술대전 등에서 특선과 입선 등 수상 기록을 세우면서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김 작가는 "앞으로 부엉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작가로 남으려고 한다"면서 "부엉이가 지혜와 부의 기운을 불러오는 길조로 여기는 만큼 제 그림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일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土`갤러리는 문차식 대표, 배현숙 관장, 이상희 실장을 구성원으로 지역 화가들의 꾸준한 활동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엉이와 함께` 전시회를 시작으로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전시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