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성 밖 동네 고운 잔디가 깔린 소공원을 지나 오솔길을 걸으면 야경이 아름다운 장군교가 나온다. 울산 치술령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시가지를 휘감는 느른 평야가 눈앞에 전개된다. 구 기찻길을 개축한 다리 밑으로 철새의 요람지 형산강이 흐른다. 400미터 교량을 건너면 송화산 옥녀봉이 여인의 모습으로 서 있다. 　 어제처럼 낙조의 정경이 한없이 곱게 물든 날. 초저녁 별이 아주 신성하게 반짝인다. 음력으로 매달 첫머리의 며칠동안 뜨는 달을 초승달이라 하고, 그 달 초순에 생긴 달이라 초생달 또 신월이라 부른다. 아직 노을이 채 거두기 전에 조급한 초승달은 한 개의 큰 별을 거느리고 서쪽 하늘에 원색을 보인다. 　 그 외롭고 처량한 모습이 너무나 애절하여 별동무와 함께 청명하늘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며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는 유일한 천연의 위성이다. 지구의 위성은 달 하나 뿐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38만 4천키로 지상에 있는 인간이 맨 먼저 정복했다. 달은 인간의 본성으로 구름을 벗어나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그리고 행성(떠돌이 별)은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면서 태양 빛을 반사하는 천체다. 　 초승달은 서쪽하늘에 낮게 뜨는 가느다란 달이며, 따라서 새벽 동쪽 하늘에 낮게 뜨는 달도 포함된다. 반원과 반타원의 모습이다. 　 반원형의 달을 반월이라 하고, 음력 날짜에 따라 음력 그믐께, 그 달의 마지막 쯤엔 그믐달이며, 보름날(음력 15일)에 뜨는 달을 보름달·만월·망월이란 이름의 둥근 달이다. 　 초승달이 뜨면 항상 그 옆에 다소 밝은 별 하나가 반드시 붙어있다. 우주학에 의하면 별은 두 가지로 구별되는데,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붙박이 별(함성)과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떠돌이 별(행성)은 태양계 소속이라 한다. 그리고 은하계(게럭시)에는 일 천 억개의 항성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빛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달과 별에 관한 동경은 한결같은 심정이다. 달이라고 하면 맨 먼저 중국의 이태백이 생각나고, 우리는 조상 때부터 월력에 맞추어 농사를 짓고 풍습을 지키는 민족이다. 　 달과 함께 하늘의 수정으로 불리우는 수많은 `별`에 인간은 위로와 추억 속에 별에 대한 애정은 모두가 하나씩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별을 두고 밤하늘에 점 모양으로 반짝이는 천체로 성두니 성신으로 부른다. 시간이 나면 들판에 나가 하늘을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인간의 감정은 행복을 느낀다. 　 초등학교 교사이며 아동문학가로, 시인과 수필가인 황영선 시인의 동시집 <웃음 빵>에 수록된 동시 `군자별`에서, 일곱 형제가 함께 문을 연/별나라 분식집/밤 하늘에 불이 켜진다/국자 간판에도 불이 들어왔다. 오늘 특별 메뉴는 별 만두/친구랑 함께 오면/별 다섯 개애 추가로 두 개/더 얹어주는 북두칠성 데이. 　 황영선 시인의 동시에는, 동심을 색깔로 표현하면 하늘의 코발트색 같고, 행동으로는 거짓 없는 아이의 자랑 같고, 마음으로는 순백한 사람의 투정이고, 물건으로 표현하면 봄날 우물가 둔덕에 핀 미나리 새순같이 청초하다. 초등학교 부근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서 경이로운 소재의 시상(詩想)으로 여럿이 미소 짓는 아기다운 얘기가 함축되어 있다. 　 선생님은 한국문단에 일찍 등단하여 토지 문학상과 아동문학상 수상자이며,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된 경력이 있는 저명 작가다. 두 권의 시집과 동시집을 출간한 품격있는 중견시인이시다. 　 시의 조율과 전개에 뛰어난 통찰력과 언어 구사력이 돋보여 언어의 지배자로써 번데기로 비단옷을 만드는 기교가 탁월하다. 언어의 꽃으로 향기를 풍기는 기법이 저자의 시를 읽으면, 사랑에서 꽃이 피고 애정에서 열매를 맺는 시작(詩作)의 우수성이 선견된다. 시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기둥이요, 삶의 상처에서 피는 꽃이다. 그리고 시는 인간의 혼이요 정신이며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에 기록임을 함께 동감한다. 　 오늘도 서천 둔치에서 가냘프고 애처롭게 보이는 초승달과 별님을 바라보며 지나간 수 많은 세월을 반추하면 아릅답던 추억의 사연들도 애닯게 여겨지는 아련한 순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