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는 가난의 역사였고 오랫동안 가난을 겪고 살아온 민족이다. 가난이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상태를 말하며 원해는 간난에서 변형된 것이며 한자로 빈곤(貧困)이다. 　 가난하면 듣기도 싫고, 말하기조차 진덜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은 결코 수치가 아니고, 생활하는데 다소 불편을 느낄 뿐이다. 전쟁을 경험한 우리 민족은 가난하면 지긋지긋하고 몸서리 치는 악몽으로 연상된다. 　 그러나 `가난`을 정의한 말에서 우리는 또다시 회상의 대상이 되고 새로운 의지로 희망을 갖게되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그 까닭은 희망은 우리의 삶의 힘줄이며, 희망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기둥이 되었던 것이다. 　 독일의 격언에, 가난은 사랑의 죽음이라 했고, 가난은 아주 매섭지만 좋은 스승이란 말도 있다. 우리 민족은 역사에 나타난 크고 작은 전란이 932회라 한다. 이러한 비극을 견디어 온 백성이기에 숱한 고난을 경험했다. 　 어딜 가나 따라다녔던 몹쓸 가난으로 가난뱅이란 비참한 생활 속에서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악덕은 사람의 재물 때문에, 미덕은 가난 때문에 가려서 안 보인다고 한다. 　 가난한 것이 비극이 아니라 가난한 것을 이기지 못한 것이 비극이라 한다. 그리고 가난은 가난하다고만 하여 결코 불명예로 여길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가난의 원인이다. 가난이 나태나 제 멋대로의 고집, 어리석음의 결과가 아닌가를 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했을때야 말로 진실로 수치로 여겨도 괜찮다는 조언도 있기 마련이다. 괴로움이 없는 가난함은 비참한 부유(재물)보다 오히려 낫다고 한다. 절대 가난이 죄악이 될 수는 결단코 없다. 　 문학가 톨스토이는 "가난의 괴로움을 면하는 길은 두가지 있다. 자기의 재산을 늘리는 것과 자기의 욕심을 줄이는 것으로 재산을 늘리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해결되지 않지만 욕망을 줄이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가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잠언서`에도, 가난이 부랑배처럼 들이닥치고, 빈곤이 거지처럼 달려든다. 가난하면 부자의 지배를 받고, 빚지면 빚쟁이의 종이 된다. 가난하면 이웃도 싫어하고 아첨하는 인간도 없다고 한다. 　 이런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 가난하면 천성도 부끄러워질 만큼 비굴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먹고 살만큼 형편이 좋아지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는것이 인지상정(사람의 인정)인 것 같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만한 게 못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 철학자가 쓴 격언집에 가난은 어떠한 재난보다도 착한 사람의 마음을 시들게 한다고 한다. 그것은 늙어서 백발이 되거나 신열(몸의 열)로 오한에 떨 때 보다는 훨씬 더 아픈 병이라 한다. 성인 바오로께서는, 사람이 가난한 것은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속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유물에 완전히 매달려 있을때에 가난하다. 다른 사람들에 마음을 열 수 없고 자기가 자신을 줄 수 없을때에 가난한 것이라 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풍요속에 가난이란 모순을 안고 산다. 모순은 풍요를 없앤다고해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육받은 지식인들 사이에 만영되고 있는 가난에 대한 공포는 우리의 문명이 앓고 있는 최악의 도덕적 질병이라 한다. 가난은 무거운 짐이다. 그리고 또한 오늘날 가난의 기준도 모호하다. 그것에 관한 격언도 많다. 　 가난은 사랑의 죽음이다. 가난에서 부자로 가는 길은 두 팔 길이고, 부자에서 가난으로 가는 길은 두 손가락 폭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