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신(神)의 묵시 라며는, 예술은 인간의 묵시다. 　 또한 자연은 모두가 신의 영원한 장식이며, 인간에게 소요되는 혜택을 공급해주는 삶의 과학이고, 신이 쓴 영원한 교과서요, 생명의 샘이다. 그리고 대자연에 존재하는 것은 법과 계절과 이치에 맞게 살아간다. 그러면서 그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것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신의 세계를 인간에게 위탁한 것에 불과한 것이 또한 자연이다. 　 3월이면 절기에 따라 자연을 탐스럽게 수 놓은 각가지 꽃들이 다투어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사실 꽃은 매년 새로 피어 나는게 아니라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 영원한 재귀(再歸)가 시간으로 쌓여 들여다 보는 자의 만족의 대상이 꽃이다. 　 살짝, 겨우 아주 작은 모습으로 꽃망울이 움트고 있어 춘신(春信)의 발로이다. 　 그런 까닭에 봄은 먼 곳으로부터 오는 기척과 같은 것이라 한다. 　 우연히 가지 위에 돋아나는 것이 아니라 온 그루에 모인 정(情)이 필연적으로 터져서 서로 연결된 관계를 유기적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럼간의 마음과 정서를 가장 즐겁게 하는 꽃이 그 모양과 색깔이 달라 정겨운 것이요, 우리의 생활과 인생에 배어 든 것이 바로 꽃 이다. 　  진흙에서 곱고 아리따운 연꽃이 핀다. 이 점을 정의해 두고 자연은 시인이라 일컫는다. 「11월, 집을 짓다」라는 시집에 수록된 한송 이동희 시인의 〈산다화〉 시(時)는 많은 작가들도 애창하여 시 낭송에 자주 천거되어 열풍을 일으키는 대표작 중 한 편이다. 이동희 시인의 시작(時作)모토(motto)는 과거를 진실하게 관조하고, 미래를 지혜롭게 선견하는 번데기로써 비단옷을 마름질하는 한국시단의 유망주 시인이다. 언제나 해맑은 미모에 낭랑스런 미성과 심성이 고와 많은 문인들에게 호감을 주고 순백한 의지력을 주는 곧고 자애심이 늘상한 여류시인이오, 서예문인화 작가다. 　 시를 엮는 시상(詩想)이 다채롭고 정교하여 선집마다 우수작을 등과시키는 달문이 인정되는 미려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앙다문 입술이/ 빠알갛게 얼어있다/눈보라 날리는 칼바람은/ 산 너머에서 몰려오는데/나비도 벌도 얼씬하지 않는/외로운 뜨락/그리운 꽃 시절을 꿈꾸는가/우듬지 파르르 떨며/돌아오지 않는 뒤안길 사랑/ 흰 눈 속에 피를 토하며/ 홀로 어두운 밤을 지새운 산다화여/ 매화, 목련, 개나리/ 이제 막 돌아와 여정을 푼다 　 꽃상의 맵시가 참한 산다화(山茶花)는 동백꽃을 가리키며 중국인들은 다매화라 하고, 일본인들은 해홍화 라 부르는 꽃말이 `자랑`을 뜻 할 만치 늦시집 간 누님이 매양보며 울던 꽃이라 한다. 　 성미 급한 사람 속터져 죽기 쉽고, 명 짧은 사람 숨 넘어가기 딱 알맞은 꽃이 동백 꽃이다. 꽃 자체가 사람을 그토록 잡는게 아니라 꽃눈이 생겨 봉오리가 되고 그게 터져 활짝필 때까지의 기간이 그렇다. 장장 16개월이다. 여름에 난 꽃눈이 가을, 겨울을 보내고 다시 한 바퀴 돌아 다음 겨울이 되어야 뾰족이 핀다. 　 동백꽃은 표정의 변화를 읽기가 상당히 어렵다. 한겨울 눈속에서 꿋꿋이 피어나면서도 잘난 체 하지 않는 기품과 끝 맺음이 분명한 자세를 높이 사 도자기 항아리에 대나무와 함께 꽂아 장수를 기원한다. 　 동백이 피는 겨울에는 다른 꽃이 없고 벌, 나비도 없다. 　 동박새들만이 동백꽃을 찾아 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빨고 꽃가루를 나른다. 경박한 인간들이 이를 굳이 평가해주지 않아도 동백꽃은 서운해 하지 않는다. 희눈, 솔바람,파도소리,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만 있으면 그만이다. 기후가 다소 따스한 남방에 동백꽃이 있어 동계에도 능히 염려한 자태의 붉은 꽃이 피어 무화의 시절에 홀로 봄빛을 자랑하고 있어 춘백(春栢)이란 이름으로 불려진다. 수 개월 묵묵함, 오랜 준비와 인내, 순결, 미련없이 지는 깨끗한 최후가 망가지고, 찢어진 인간에게 큰 위로가 아닐수 없다. 한송 이동희 시인이 남긴 한 편의 동백꽃 사연, 그동안 소홀히 여기고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화분속의 동백꽃 　 청마 유치환 시인은 동백꽃을 예찬하는 시로, "그대 위하여/목놓아 울던 청춘이/이꽃이 되어/피 빛꽃"이라 불렀다. 분명한 것은 꽃도 좋고, 기름도 좋은 동백은 속명이요,운명은 산다화(山茶花ㅡ산차)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