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천지`란 고유명사가 빈도 높게 뜨고 있다. 신천지라는 말은 사전에 보면 새롭게 생활하거나 활동하는 장소 또는 새로운 경치 혹은 신대륙. 넓은 의미로는 남북아메리카 대륙 및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뜻하고 있다. 좋은 의미의 용어이다. 신천지, 신세계, 신대륙 등은 모두가 청정한 곳으로 좋은 가치를 지니는 낱말들이다. 그래서 신천지교회,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원숭이, 카라카스 신세계발레단 등에도 신천지, 신세계의 좋은 의미를 담아 작명한 것이라 생각된다. 　 신세계원숭이는 꼬리가 매우 길어서 나뭇가지를 감을 수 있으며, 좌우의 콧구멍이 넓게 벌어져 있고 앞을 향해 있다. 나무 위에서 떼를 지어 생활을 하는데,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분포하고 있는 신세계원숭이 과의 동물이다. 　 `신천지`라는 말이 국제무대에 최초에 등장한 것은 항로개척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토지가 협소했던 포르투갈은 일찍부터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데 의욕적인 관심을 가진 국가였다. 주앙 1세의 왕자 엔리케는 지브롤터 건너편에 있는 세무타에 거점을 두고 아프리카 서해안을 내려가는 신항로를 개척했다.　 그가 보낸 탐험대는 1471년에 적도 너머까지 나아갔으나 거기서 해안선이 남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되돌아 왔다.이후 에스파냐의 전쟁 등으로 중단되었던 탐험은 1480년대에 들어 재개하게 되었다. 1488년 바르톨로뮤 다아스가 아프리카 대륙 남단에 도달하는데 성공하였다. 폭풍우가 심한 먼 바닷길을 사경(死境)을 극복하고 도착하였기에 이곳을 `폭풍의 곶`으로 이름 지었으나 국왕이 인도항로 발견을 기원하는 뜻에서 `희망봉`이라 명명했다. 　 그 후 콜럼버스의 탐험으로 인해 인도로 가는 대서양 항로 개척의 붐이 일어나게 되었다. 피렌체 출신의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여러 번 신대륙으로 건너가 중남미 쪽을 탐험한 끝에 이곳이 유럽인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곳이므로 `신천지`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그리하여 신대륙을 그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로 불러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신천지`라는 용어의 유래는 이와 같은 참으로 의미 깊은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천지`라는 낱말이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깊은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아마도 1919년에 발표한 `3.1독립선언서`라 생각된다. 일제의 폭정에 시달리며 고달프게 연명해온 조선의 백성들의 참혹한 삶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목숨을 걸고 발표했던 애국지사의 독립선언서에는 다음과 같은 `신천지` 건설의 목적이 담겨있다. 　 "오등은 자(玆)에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 하노라. 차로써 세계만방에 고(告)하야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克明)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誥)하야 민족지존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 `신천지`가 안전(眼前)에 전개되도다. 위력의 시대가 거(去)하고 도의의 시대가 내(來)하도다. 과거 전세기에 연마장양(練磨長養)된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시(始)하도다…" 　 독립국과 자주민, 인류평등의 대의 극명, 민족 지존(至尊)의 정권 영유 등을 누릴 수 있는 신천지를 이루기 위해 일본인의 총칼 앞에 목숨을 걸고 독립선언을 했던 조선(祖先)의 강렬한 의지가 담긴 `신천지`가 눈앞에 찬란하게 빛 날 수 있도록 선언한 것이다. 신천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이름이다. 　 교주가 신천지교회를 세웠던 창교의 이념은 독립선언서에 담겨있는 인류평등의 가치를 실현하여 민족지존의 정권을 저마다 영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염원했던 신천지의 뜻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신천지 본연의 위미가 가려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교주가 120억 원을 코로나19 퇴치에 써 달라고 쾌척하였다니, 고맙고도 놀라운 발상이다. 신자들로 하여금 확정판정을 요구하고 있는 대구시장의 말씀이 애처롭게 들린다. 돈을 금전(金錢)이라 하여 고귀한 금과 결부시킨 것을 보면 소중이 간직하고 또한 가치 있게 써야 함을 뜻하고 있지만, 쾌척한 120억에 대한 신세계의 서광은 빛나지 않는 것 같다. 오늘도 신천지교회 신자들의 아파트로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고 하니 신천지의 서광이 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마도 신천지교회 신자 중 미검진자들이 확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속한 조치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