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전염병에 의한 세계적 의료 재난 사태를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하는데, 14세기경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흑사병`이 바로 그 대표적 예이다. 당시에는 현대의학과 같은 의료 지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방역체계도 없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이 창궐하여,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감염병에 희생되는 인류역사상 끔찍한 의료 재앙을 겪게 되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웬만한 배율의 현미경이면 관찰이 가능한 크기이지만, 바이러스는 워낙 크기가 작아 수 백 만 배의 배율을 가진 전자현미경이 동원되어야 겨우 육안 확인이 가능한 미생물체라고 하는데, 그렇게도 작은 크기의 생명체가 자신의 체구보다 수 천 억 배가 넘는 큰 덩치의 사람을 그렇게도 짧은 시간 안에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어쩌면 모든 생명체의 영원한 동반자일지도 모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작디작은 생명체가 바로 `바이러스`라는 얘긴데,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고, 또 너무 가벼워서 공기 중의 먼지나 수증기 방울마저 그들의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겐 가장 큰 이점인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코로나19`는 일반 독감이나 폐렴보다 특별히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아닌 것 같지만, 신종(新種)이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경우, 한 집안 내에 환자가 있어, 매일 밀접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여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식구로부터도 잘 감염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감염이 되었다 해도 별 다른 증세 없이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코로나19` 의 경우는 밀접접촉으로 보기에도 애매한 상황에서 같은 공간 내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쉽사리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것 같고, 또 감염된 본인조차 전혀 감염사실을 인지할 수 없는 무증상의 잠복기 상태에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질병의 독성보다 폭발적인 전파력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방역체계가 잘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또 다수의 확진자가 있었음에도 아직까지는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보아, 발병 시 일정한 의료서비스만 제공 받을 수 있다면 그다지 공포심을 가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지만, 문제는 만일에 지역사회의 대 유행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게 된다면, 현재 중국의 `우한시`에서 보듯이, 의료시설 수용능력상의 한계가 큰 혼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나 의료기관이 아무리 애를 써도, 폭발적인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따라서 현재 지역사회 유행이 우려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 기관에만 모든 책임을 맡겨 놓을 일은 아닌 것 같고, 우리 모두의 자발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즉, 손씻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 위생관리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업무 활동 이외의 불필요한 이동과 대인 접촉을 가급적이면 줄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이와 같이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학조사가 필수임으로,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매일 메모를 하는 습성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러니까 지금 당장부터라도 자신의 하루 동선(動線)과 접촉자를 매일 기록해 둔다면, 만일의 사태에 역학추적이 매우 용이해 지기 때문에 2차 3차 감염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는 물론 방역종사자들의 부하(負荷)도 크게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권장하고 싶어진다. 　 막연한 공포심은 재난 극복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지만, 각 개인이 가져야 할 상식과 행동수칙 준수는 전염병 확산 방지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사회를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의료인들 그리고 방역활동 관계자들에게 깊이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