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그렇게도 많은 문인(文人)들이 있었지만, 아직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없다. 그런데 영화계의 노벨상에 견줄만한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상에 도전한 우리나라 순 국산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분의 상을 한꺼번에 휩쓸어버리는 사상 초유의 쾌거를 이루었다. 　 과거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인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대부분의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들은 방대한 스케일에 거대한 인력과 제작비들이 투입되는 소위 블록버스트급 영화로, 주로 전쟁과 역사 내지 이미 알려진 명작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이번에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출품한 `기생충`은 원작이 없는 순수한 창작 영화로, 웅장한 스케일을 가진 영화도 아닐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도 단출하며 작품의 주제 역시 특이한 내용이라기보다는, 현재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는,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평범한 소재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세계의 영화계와 영화 애호가들이 평범한 우리 영화 `기생충`에 그렇게 열광하게 되었을까?　  물론 일상적인 우리 생활 속의 양극화라는 모순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간 제작자의 섬세한 기획력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몇 안 되는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 딱히 누가 주연이라고 할 것도 없을 것 같은 출연진 전원의 그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관객들에게 재미와 함께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보기에 따라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단순한 스토리 내에, 지금 우리사회 기득권 상류층들의 의식구조와 비기득권 하류층들의 의식구조를 클로즈업하면서 기실은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작품 안에 숨겨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 전 세계적인 이슈라 할 수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의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의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기생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자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 혹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 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누가 누구의 기생충이라는 것일까? 언뜻 보아 `돈 많은 부자집을 숙주로 하여 가난한 사람들이 거기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설정 같지만, 과연 그럴까?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지불능력 외에 사실 가사(家事)에서 육아나 운전까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타인의 노동에 의존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의 부(富)를 유지시켜 줌은 물론 자신의 편안한 삶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자신에게 기생하여 살아가는 사람들로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우리 몸 속의 기생충은, 숙주인 우리 몸을 유지시켜 주기 위한 어떤 노력이나 대가도 없이, 우리 몸의 자양분을 훔쳐가기만 하는 고약한 생명체이지만, 사람 사회의 기득권은 비기득권의 노동과 소비라는 기여가 없이는 절대로 그들의 호화로운 삶을 이어 갈 수 없다는 점에서 과연 어느 쪽이 숙주이고 어느 쪽이 기생충이라는 것일까?　 만일 인류사회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양극화가 진행된다면, 어느 쪽이 숙주였든 간에 숙주는 죽게 될 수밖에 없고, 기생할 숙주가 사망하고 나면 기생충의 생명도 끝이 나게 된다. 즉, 공멸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기생(寄生)과 공생(共生)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어떤 영화 제작 기술의 우수성이나 기교만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 지구적 재앙 수준의 빈부격차와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 섞인 메시지에 있을 것이며, 스크린을 통한 인류의 공통 언어, 인간의 이성과 양심 그리고 집단 지성을 일깨워 준다는데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영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전 세계에 우리 영화 예술의 우수성을 입증한 쾌거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한류의 시작을 예감해본다. 제작자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과 조력자들까지 훌륭한 팀웍을 보여준 이 영화는 충분히 아카데미상을 받고도 남을 자격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모두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