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사고나 지하철 재난 등을 겪은 후 사고에 대한 공포가 떠올라 다른 배나 지하철을 탈 수 없는 행동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밝혀져 트라우마를 막을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KBRI) 구자욱·이석원 박사 연구팀이 뇌 속에서 대뇌 후두정피질이 공포기억 재발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Brain’ 2월호에 게재됐다.후두정피질은 뇌의 뒤쪽 정수리에 있는 두정엽의 일부로 공간적 추론이나 의사결정 판단 등 고위뇌인지 기능에 관여한다.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심각한 사고, 폭력 등을 경험한 이후에도 반복적인 고통을 느끼는 증상이다. 환자들은 처음 사건발생 장소와 비슷한 곳에만 가더라도 트라우마가 재발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고통을 겪는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청각자극과 전기충격을 동시에 주고 공포기억을 형성시킨 뒤 다른 장소에서 같은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의 실험으로 공포기억이 재발하는 데 후두정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세계최초로 밝혀냈다. 실험 결과 공포기억이 형성된 마우스는 두 장소 모두 똑같은 공포반응을 보였지만, 후두정피질의 활성을 억제한 마우스는 새로운 환경에서 공포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공포기억이 재발하는 데에는 후두정피질의 활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이는 지각·생각·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대뇌피질 중에서도 후두정피질 영역이 공간추론 및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구자욱·이석원 박사는 "그동안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던 후두정피질의 역할을 새로이 규명하였다"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포증 환자의 공포기억 재발을 막는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한국뇌연구원은 2016년 대뇌피질융합사업연구단을 발족해 대뇌 후두정피질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회성 및 인지행동과 관련된 동물모델 연구를 지속해 2026년까지 후두정피질 중심의 ‘행동-활성 뇌지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