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안)이 졸속 제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최근 마련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지진특별법) 시행령(안)을 보면 피해주민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지난해 연말 우여곡절 끝에 지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포항시민 모두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은 모법 못지않게 중요한 시행령이 제대로 제정될 지 불안 해 하고 있다. 왜냐하면 충실한 시행령이 만들어져야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피해 주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지원(보상)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행령의 경우 정부 해당 부처 공무원이 만드는 만큼 과연 어느 정도 피해 주민의 입장을 반영해 줄지 매우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포항지진은 자연 재해가 아닌 정부가 추진하던 지열발전사업에 의해 촉발된 인재(人災)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공무원의 고의 및 과실을 인증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피해주민은 고의 및 과실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만약 정부의 고의 및 과실이 드러날 경우 특별법 개정 등 그 후폭풍은 엄청나다. 이와 함께 피해 구제에 적지 않은 국가예산이 수반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포항시가 원하는 만큼의 예산 지원이 사실상 쉽지 않다. 　 이 같은 불안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진특별법 무효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시행령 진행 상황은 이렇다. 　 산자부가 최근 지진특별법 시행령(안)을 만들어 포항시에 내려 보냈다. 안을 검토한 후 일주일 내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포항시(안)을 보내 줄 것을 주문했다. 포항시가 이에 즉각 반발했다.　 일주일 내 포항시민 의견을 수렴해 포항시(안)을 만든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자 산자부는 일주일을 연기했다. 그래서 2월14일까지 포항시(안)을 보내기로 한 것. 　 정부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특별법 공포(2019년 12월31일) 후 3개월 후인 올해 4월1일부터 시행토록 되어 있어 이에 맞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 공포 후 한 달이 훨씬 지날 때 까지 가만있다 뒤늦게 포항시민 의견을 수렴해 급하게 제출하라니 말문이 막힌다. 　 지방자치단체인 포항시도 중앙 부처 주문이니 계속해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산자부 시행령(안)을 보자. `졸속 시행령`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핵심인 `진상조사위원회`와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위원에 포항시장(피해주민)이 추천할 수 없도록 명시해 놓고 있다. 각 9명씩 구성되는 두 위원회에 포항시장 추천 인사가 한명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진상조사와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단 말인가. 　 또 `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지원 및 프로그램` `공동체 복합시설 건립 및 설치`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각종 지원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별법에 명시된 조항(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준용하는 선이지 피해주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구제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피해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실한 안을 만들어 포항시에 내려 보낸다는 발상 자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산자부는 시행령을 1차 제정(3월말)시 진상조사·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사무국 설치를, 2차 개정(4월1일~8월말)시 피해자 인정 및 지원금 지급 규정 등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1차 제정 때 핵심인 양 위원회 구성은 물론 앞서 언급한 `경제 활성화` 등 주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다. 　 2월10일(월) 오후 흥해읍에서 시행령에 대한 시민공청회가 열린다. 산자부 간부가 반드시 참석해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