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전후로 수많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하장을 보내거나 최소한 전화로 안부를 묻고 복을 빌던 우리의 풍속이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 적게는 수십 통에서 많게는 수백 통에 이르는 문자폭탄에 시달리면서 잠을 자다가도 문자 알림 벨소리에 놀라 깨기도 다반사였다. 시속에 따르자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문자 인사에 삭막한 느낌도 든다.　 올해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여서 설날 인사문자에 예비후보들의 선거홍보 문자도 많았다. 평소 일면식이 없었지만 어떤 경로였는지 전화번호가 그들 캠프에 전달됐을 것이고 무작위로 보내는 메시지가 지역구가 아닌 사람에게도 전달됐다. 그 문자를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회의적이지만 아무튼 그들 예비후보들은 필사적이다. 단 한 사람의 유권자들이라도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들의 문자를 살펴보면 지역을 위한 의지가 절실하다. 함축적인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메시지에 담은 내용은 후보자가 가지는 의지가 녹아있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안간힘을 보면서 어쩌면 정치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극한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평범한 사회인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부지런해야 하고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는 극진함의 극치다. 선거를 앞둔 현재 시점의 정치인들이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무진장 밝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늘 `초심을 간직하겠다`고 중무장한 결심을 전한다. 그러나 우스갯소리지만 "선거 전에는 엎어질까 겁나고 당선된 후에는 자빠질까 겁난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이전의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 국민이 쥐어준 권력을 자신의 영달과 소속 정당의 이익을 위해 휘두르는 정치인을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 농담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역지사지 하면 그들의 고충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어느 기초의원은 이번 설 명절에 문자 메시지를 일절 보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지역구의 경로당이나 어른들을 찾아 세배하는 일도 삼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깜박하고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곧바로 심각한 비난을 보낸다고 했다. 정치인도 사람이다 보면 실수가 있는 법이고 반드시 챙겨야 할 여럿 중 한 두 사람이 빠질 수도 있다. 그러면 빠진 사람이 쏟아내는 저주는 거의 정치생명을 반납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이른 새벽 버스를 대절해 산행을 떠나거나 여행을 떠나는 지역구의 각종 모임의 행사에 인사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일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책상에 쌓인 민원은 산더미인데 그런 사소한 행보에 얼굴을 내밀고 버스에 올라 입에 발린 인사말을 하는 일은 도저히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구의 유지들 중 자신의 중요한 지지자들이 일부러 챙겨 연락을 하고 나와서 인사하라고 권유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했다.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 정치인의 수준과 유권자인 국민의 수준이 거의 어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의 일을 하라고 뽑아준 정치인을 사소한 나들이길에 새벽잠 설치고 나오도록 강권하는 일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 놓고 정치수준을 논한다면 검정 묻은 개가 숯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설날에 받은 문자 메시지를 곰곰이 다시 살펴본다. 그들이 짧은 메시지에 담은 장밋빛 미래에 가슴이 부푼다. 암울한 정치문화가 다가오는 21대 국회에서는 말끔하게 청산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제발 메시지로 보낸 다짐을 끝까지 지켜주기를 원한다.　 정치인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형, 아우 하면서 더 없이 다정하게 지내다가 선거판에서 맞붙으면 삿대질하면서 물어뜯는 형국으로 바뀌고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티끌만한 허물도 제물로 바칠 각오가 되는 것이 정치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 진절머리 나는 모습을 보지 않게 되기 바란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행위에는 도덕이 있고 금도가 있다. 유권자들도 냉정하게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들을 수렁에 빠뜨리지 않는 것은 바로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