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가 되었던 한 국가는 그 나라의 체제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헌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면서도 민주주의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며 일국이체제(一國二體制)의 국가가 된다. 중국은 홍콩을 무리 없이 병합하기 위해 애시당초 본국과 정치체제가 전혀 다른 홍콩의 자치를 인정하겠다하고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은 `일국이체제`라는 모순을 없애고, 홍콩 민을 자국 체제로 동화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이 야기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우리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고, 남쪽에는 자유민주주의, 북쪽에는 공산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아니면 전제군주주의인지 애매한 정치 체제가 존속되고 있다. 그러니까 남쪽의 헌법상 북쪽은 국가가 아니며 괴뢰집단일 수밖에 없고, 또 북쪽에서는 당연히 남쪽을 괴뢰정부라 하지 않겠는가 그 얘기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쉽사리 풀릴 것만 같지 않은 남북 간의 이체제(異體制)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에 관한 얘기다. 내가 보기에, 과거 독재자들이 자신의 정권안보를 위해 밀실에서 뜯어고친 몇몇 독소조항만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현생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합리적 내용을 담고 있는 좋은 법이라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만으로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는 우리나라의 체제에 관한 정체성과 국가 권력의 출처가 분명해 진다. 그러니까 권력의 주인은 따로 있는데, 그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서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소작인들이 자기들끼리 토지의 소유권 다툼을 하고 있는 꼴에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툭하면 자기들끼리 위헌(違憲) 다툼을 벌이기도 하는데, 법이란 서로 견해가 다르다하여 같은 사안에 두 가지 룰을 적용하는 법은 이미 법이 아닐 터이다. 그러니까 일국이체제가 성립할 수 있을망정 일체제의 일국이법(一國二法)은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을 하려한다. 왜 누구는 같은 죄를 짓고도 벌을 받아야 하고, 왜 누구는 처벌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기회 있을 때 마다 내가 반복해온 말이긴 하지만, 나는 인간의 지성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지키기로 약속한 성문법을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문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소위 율사(律士)라는 자들이 온갖 궤변까지 동원하여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그 다툼으로 선과 악이 바뀌고, 진실과 거짓이 바뀔 수 있다면, 그런 법을 누가 법이라 할 것이며 그런 법을 누가 또 지키려 할 것인가?　 부정행위는 인정되지만 청탁한 증거가 없으니 무죄이고, 뒷돈을 받은 것은 확인되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무죄이고, 권력을 탈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했으니 무죄라면, 결과는 있지만 과정을 입증할 수 없으면 모두 무죄라는 논리가 아닌가? 법이 과정도 관측된 바 없이 나타나는 결과에 과학자들이 황당해 하는 무슨 양자물리학의 영역이라도 된다는 말인지?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또 결과도 없는데 과정을 의심하여 유죄추정을 하기도 한다. 그와 같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법을 지켜본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고, 법을 집행하는 그들 역시 언제든 왜곡된 법 집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왜 모르는 것일까? 　 우리나라 역시 언젠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국이체제의 과도기를 거치게 될는지 알 수 없지만, 일국이체제의 국가는 있어도 일국이법의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따라서 법을 사유화하고, 법을 자의로 해석하려는 자들은 당연히 법조인의 자격이 박탈되어야 함은 물론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자격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