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원했던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포항지진특별법)이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모법이 통과된 만큼 시행령(안)을 준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금 한창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포항시민들은 시행령이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 할 수 있을지 매우 불안 해 하고 있다.　 왜냐하면 포항지진특별법이 통과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해당 부처 공무원 등이 포항시민들을 위한 의견 수렴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지역 시민·사회 단체 연합체로, 이번 특별법 제정에 매진했던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도 아직 이렇다 할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범대위는 4월 총선 분위기에다 최근 중국 우한 폐렴 공포 등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시행령이 졸속으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포항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정부와 포항시는 시행령(안)을 만들어 공청회 등 포항시민들의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서야 한다. 　 포항지진특별법은 크게 두 가지가 핵심 내용이다. 하나는 잘못된 부지 선정을 비롯해 촉발 지진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다. 그리고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책임과 의무를 방기 한 사업주와 공무원이 누구인지 밝혀 내 처벌하는 것이다. 제2의, 제3의 이 같은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서도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피해를 입은 주민과 포항시가 제대로 구제를 받는 것이다. 피해주민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은 만큼 제대로(실질적으로) 보상(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행령에는 또 도시 이미지하락, 인구 유출, 지진 트라우마, 공장·상가 영업 손실 등의 피해 구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이 두 가지 핵심 내용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모법이 손이라면 시행령은 손가락에 해당한다.　 특히 포항지진특별법 제34조에 `국가가 지열발전사업과 관련하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을 때는 그 손해를 배상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배상 책임`이 밝혀지면 `포항지진특별법`은 개정은 물론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포항시민들이 입은 피해를 배상해야 하는 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중으로 지원 또는 배·보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지난해 연말.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지역 출신의 김정재 국회의원과 정부, 국회 산자위원 간 막판 진통을 겪은 것도 `배·보상` 용어 때문이었다. 정부는 끝까지 `배·보상`은 안 된다고 버텼다. 결국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지원금`으로 결말이 났다. 　 포항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의 실질적인 지원금을 받는다`는 문구를 믿고 한발 양보한 셈이다. 　 여기서 정부가 끝까지 `배·보상` 용어를 거부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정부 공무원의 고의 및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항지진이 정부가 추진하던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식적으로 포항시민들에게 사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9명으로 구성되는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누가 들어 가느냐와 향후 활동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포항시민들은 철저한 원인조사를 통해 반드시 정부(공무원 등)의 과실을 밝혀내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다. 　 반면 정부는 그 반대에 온 힘을 쏟을 것 분명하다. 조사위원회 활동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특별법과는 별개로 피해를 본 포항시민 3만 여명이 개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도 `공무원의 중대 과실 입증`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피해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시행령 제정을 졸속으로 하려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한발 양보한 포항시민들이 또다시 양보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