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 유명 관광도시의 여행자 집중지역은 대부분 여행자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모든 인프라가 여행자를 위해 조성돼 있고 여행자들이 결코 불편해 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십년간 그 지역은 여행자의 성지가 돼 자연재해나 정치적 격동을 겪지 않는다면 불황을 한 번도 맞지 않았다. 물론 그 지역의 호황을 담보하는 데에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가 탄탄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여행자거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다. 이 지역은 1년 내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세계의 여행자들이 몰려 북적거린다. 이제는 카오산로드가 포화상태가 돼 인근의 람부뜨리로드와 삼센로드로 여행자거리가 뻗어나갔다. 여행자 편의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갖춘 교통망 등 어느 하나 불편한 것이 없다.　 카오산로드를 들어서면 여행자들은 해방구를 찾은 기분이 들 정도다. 새벽 3~4시가 돼도 여행자들은 그 거리 안에서 마시고 먹고 기념품을 사면서 즐긴다. 심지어 길거리에 마사지 센터가 노점을 펼칠 정도로 다양하고 자유롭다. 그렇게 된 데에는 약 400m 정도에 이르는 이 거리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든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루 종일 바리게이트를 치고 차량의 진입을 막아뒀다가 새벽녘 여행자들이 지쳐 숙소로 돌아간 후 오전 10시 정도까지 그 거리의 상인들과 주민들이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통행을 허용한다. 그러니까 여행자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왕복 4차선 정도의 도로를 마음대로 점령해 누빈다.　 차없는 거리의 또 다른 예가 있다. 싱가포르의 분 탓 스트리트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이지만 오후 6시만 되면 차량 통행을 일제히 막아버린다. 그리고 `사테`라고 불리는 꼬치를 구워 파는 노점이 들어선다. 자정에 이르기까지 약 6시간을 그 지역은 맥주와 사테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심의 대로를 과감하게 막아버리고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할애하는 싱가포르 당국의 과감한 결단은 대단하다.　 국내에도 차없는 거리는 다수다. 대부분 쇼핑 중심지역이거나 문화의 거리를 차없는 거리로 운용한다. 차량을 통제하면 그 지역의 상인이나 거주자들이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갖는다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그 도시의 단체장들이 과감하게 결단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경주에도 차없는 거리가 있다. 원도심의 일부 구간이 그곳이다. 좌우로 상가가 밀집해 있고 주말이면 시민들이 차량의 간섭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쇼핑을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차없는 거리를 만든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을 본 일은 없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야 할 경주의 지역은 동부사적지와 황리단길이다. 이 지역은 경주의 관광산업이 새로운 활기를 맞게 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지역이다. 성수기에는 헤아릴 수 없는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밥도 먹고 술과 차를 마신다. 모르긴 해도 이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경주의 관광수입은 전체 관광수입의 절반은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 보행자들이 밀려드는 차량과 곡예를 하고 있다. 좁은 길에 보행자 전용도로 하나 없이 차량은 양방향으로 밀리고 여행자들은 저속이지만 차량의 사이로 비집고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특히 대릉원 돌담길이 있는 황리단길 주변은 인근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몰고온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를 하고 있어 고도 경주의 호젓한 매력을 느낄 기회를 빼앗아간다. 당국은 이를 말리기 위해 불법 주정차 단속 한 번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도대체 무슨 복심인지 짐작할 길이 없다.　 차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일방통행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경주의 최대 관광포인트를 불편하게 방치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동부사적지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외곽에 넓은 주차장을 몇 군데 만들어 전기차 셔틀을 10분, 혹은 20분 간격으로 순환운행하면서 무료로 여행자들을 실어 나른다면 새로운 볼거리를 창출하고 혼잡과 불편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시장의 과감한 결단이라면 못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방치한다면 한 번 다녀간 여행자들이 다시 찾기를 바랄 수 없다. 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경주를 국제적 관광도시로 만든다고 한다면 누가 곧이듣겠는가.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미래의 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