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라는 신조어가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가리키는 이 말은 요즘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최소한 40~50년 이전의 문화를 그대로 재현해 놓고 영업을 하는 카페나 상점들이 등장해 밀레니엄 세대를 매료시키고 있다.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디자인과 음식들, 그리고 생활용품들 안에서 젊은이들은 신기해하면서 열광한다.　 뉴트로 문화에 열광하는 세대는 더 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오래된 기억의 한 갈피를 집어내듯이 뉴트로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문화를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던 10대나 20대가 복고에 빠져 즐기는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그러면서 가상으로 꾸민 복고의 공간 속에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조용하게 반추한다.　 비좁고 지저분한 골목길에 낡은 대문이 반쯤 닫혀 있고 그 안으로 이웃의 삶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였다. 거주지와 멀지 않은 곳에 장터가 있었고 그 길에는 이발소와 정미소, 방앗간과 약국이 있었다. 비가 오면 질척이는 비포장 골목길에 짐자전거는 달렸고 시장 어귀에서 풍겨 나오는 찐빵 찌는 냄새가 구수했다.　 참 화목해 보이는 가족들이 설빔 같은 옷을 차려입고 찍은 사진을 걸어둔 사진관 안에는 한쪽은 검고 한쪽은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스튜디오를 향해 찰리채플린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구닥다리 카메라가 삼각다리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었다. 양은그릇을 파는 난장꾼이 덜거덕 거리는 삼륜차를 끌고 지나가고 잘 다린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여학생은 소리사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에 귀기우리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한때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우리 몸에 잠재해 있는 통시적 DNA가 반응하는 것이다. 중장년층에게는 꿈과 같은 과거의 일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충격적 문화로 다가온다. 말로만 들었던, 그래서 거짓말이겠거니 했던 일들이 드라마에서 천연덕스럽게 재연되고 거기서 등장하는 소품들이 촌스럽지만 정겹게 다가오는 것이다. 부모 세대가 겪었던 신산의 시간들이 DNA로 전해져 오니 처음 보는 것이지만 거부감은 없는 것이다.　 중장년이 레트로에 젖는 것은 흘러가 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다. 그러니 너무나 당연한 정서적 반응이다. 궁핍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었으니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에 레트로풍의 공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가장 절정을 경험하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는 왜 뉴트로에 열광하는가. 반추해야 할 과거도 부모 세대가 경험한 결핍도 크게 느끼지 않는 젊은이들이 30년 전, 40년 전 찻잔과 녹음기, 지금은 사라져 버린 노란색의 공중전화, 누런 골판지로 만든 낡은 책들이 우중충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평온을 느끼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가진 번뜩이는 창의력에서 소외된 별도의 공간을 찾은 경이로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그 쓰임새가 불편하고 모양도 투박한 것들이 주는 고요한 안도감이 들뜬 5G풍의 정서를 주저앉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피로 세습된 `우리의 것`에 대한 무의식적 적응력도 한 몫 할 것이다.　 와인을 마셔도 빈티지를 확인하는 우리의 심성으로 봐서는 새삼 등장한 뉴트로 신드롬에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옛것들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과거는 흘러간 것임과 동시에 현재로 소환돼서도 소비되는 존재로 전락한다. 건축물에서, 소비재에서, 음식점과 카페에서 뉴트로는 은근슬쩍 우리의 삶속에 깊이 파고들었지만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새것`이되 영원히 `중고`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낡은 잔소리 같지만 중장년이 경험했던 그 절박했던 시절의 소중한 경험과 증거물들이 그것을 사용했던 주체와 전혀 조우해 보지 못했던 젊은이들로 말미암아 괴이한 신상품처럼 여겨진다면 여기서 우리의 금쪽같이 소중했던 문화와 시간들은 까마득하게 단절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