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음극(cathode)`과 `양극(anode)` 그리고 `전해질(electrolyte)`과 `분리막(separator)`이라는 단순한 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기술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IT 기술의 발달속도를 초음속 비행기에 비유한다면, 배터리 기술의 발달 속도는 거북이 걸음마 단계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 미래 문명을 좌우할 배터리 기술이 결국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첨단문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의 속도나 저장용량이 십 년 전에 비해 수 백 배에서 수 천 배나 증가한 데 비해, 배터리의 성능은 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오직 특정한 성질의 물질에만 의존하여 어떤 화학적 반응으로 에너지를 치환(置換)해야 하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사실상 배터리의 에너지 집적도(集積度)를 높이는 일이, 어떤 기술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구 부존자원의 제약에 따른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미래 첨단 모바일 문명을 이끌 배터리는 우선 가벼워야 하고 부피가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현재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가벼운 금속이 바로 원소 주기율표 제1족에 속하는 원자번호 3번, 원소기호 Li, 리튬(Lithium) 이라는 원소이다. 2차 전지의 양극재(陽極材)로 쓰이는 리튬은 우선 금속 중에 가장 가벼울 뿐만 아니라 이온화(ion化)가 쉬운 화학적 특성까지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의 주원료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리튬은 매우 희귀한 광물질에 속하여 값이 고가인데다 또 자연 상태로는 심히 불안정하여 발화(發火)가 쉽게 일어난다는 큰 단점이 있다. 그러나 리튬이라는 물질이 가지는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체 물질을 찾지 못한다면 리튬을 계속 쓸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렇다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배터리의 물리적 구조로는 전지(電池) 용량을 늘이는데 한계에 이르러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 액체 상태의 전해질(電解質)을 고체로 바꾸고, 극판이나 분리막을 좀 더 박막화(薄膜化)하는 나노(nano) 기술 적용 등에 기대를 가져 볼 수 있는 정도이다.　 다음으로, 2차 전지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종전의 내연기관처럼 수소나 기타 물질을 소모시키면서 발생되는 전기화학 에너지를 이용하게 하는 연료전지가 또 있는데, 오래전부터 우주분야에서 사용해왔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기술로 볼 수는 없지만, 이후 충분히 더 발전시킬 여지가 크기 때문에 역시 각광받는 차세대 기술이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혹시 현재 우리가 가진 배터리 기술은 너무 오래된 낡은 패러다임에 갇히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즉, 이미 공식화된 매카니즘(mechanism)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직 소재(素材) 개선에만 한 세기 이상을 몰두해온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좀 발상의 전환을 가져보면 어떨까?　 전기란 결국 물질의 이온화로도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니, 한계가 들어난 기존의 물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가령 이온화(ionization)가 훨씬 더 용이한 인공원소를 먼저 연구하거나 기존 배터리의 물리적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 태초에 우주는 단 한 개의 좁쌀알 같은 특이점 속에 그토록 엄청난 에너지를 숨겨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지금 구사하고 있는 에너지 저장 기술이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걸음마 단계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튼 어느 쪽이 되었든 배터리 성능 향상이 가장 시급한 미래 기술의 현안이 아닐 수 없고, 미래의 뛰어난 배터리 기술이야말로 중동(中東)지역의 유전을 능가할 정도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추측이 아닌 현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