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박스 갖고 싸운 얘기 함 해보람!　 여기 늘 박스 가지러 오는 할배하고 할매들 있잖아요 할배하 고 할매가 서로 박스 지 먼저 할라꼬 싸우는데 힘으로는 할매 가 안되니까 어디 쫓아가디 웬 할매 둘을 데꼬 왔는 기라예 잠 시 뒤 보니까 할배가 할매를 밀어뿌가 넘어졌는데, 시멘트 바 닥에 머리 부딪치가 피가 흥건한 기 경찰이 달려오고 난리 안  낫뿌심니꺼 거 참 대단했심더　 성일씨, 그거 시로 쓰면 어떨까?　 내사 할 일 없는 사람들 시 쓰는 놀음이 뭔지 몰라도 서글픈 이야기죠 머리 터져뿌가 할매 박스도 못 줍고 오늘 박스 팔아  국밥 한 그릇 못 사묵꼬 결국 지가 박스처럼 구급차에 실려  가뿟는데······ - 이무열, `박스 이야기`　언어는 소통의 본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시들이 자꾸만 소통이 잘 안되고 어려워지고 있다. 추상적인 관념과 함께 모호한 진술로 시를 만들기 까지 한다. 　 형식만 시 같은 시. 시적자유란 이름으로 비문을 늘어놓고, 행만 갈라놓은 시들도 보인다.　 물론, 삶을 감동적으로 풀어 낸 좋은 시들도 있지만, 금년도 신춘문예 당선작들 중에서도 엄살과 과장이 넘치는 요설에 가까운 산문화된 시들이 많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쉬움도 컸다.　 이무열 시인의 `박스 이야기`는 경상도 사투리를 시어로 써가며 재밌게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지금 우리들의 각박한 현실이 담긴 시대의 자화상이다. 삶의 현장에서 오늘도 직접 보고 듣는 삶의 이야기다. 돈도 몇 푼 되지 않는 `종이 박스`를 얻기 위해 싸우고, 리어카에 싣고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르신들을 우리는 본다. `박스` 때문에 싸우다가 결국은 자신들이 종이 `박스`처럼 구겨져 `구급차`에 실려 가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무엇인가. 소외계층을 연민의 눈으로 읽는 시인의 눈이 깊다.　 시를 쓴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의 한 단면을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그것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철학이 내포되지 않는 시의 의미는 그 의미를 잃는다.　 의미를 잃고 철학이 없는 소통불가능한 시들이 많은 오늘의 현실은 분명 시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