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무역 갈등은 아직 그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중국에서 마주친 한일 정상은 막혔던 대화 창구를 다시 열었다는 의미를 제외하고는 국민이 기대하던 성과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물론 큰 기대는 없었다. 벚꽃 스캔들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의미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끌기 위해서는 무역 갈등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동안의 아베의 정치적 행보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한일 무역 갈등의 시발점은 결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데 양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역사 문제를 경제로 끌어들인 일본의 외교적 관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고 대한민국은 그 터무니없는 도발에 굴하지 않았다.　 국가가 일본의 도발에 굳건하게 맞설 수 있었던 데에는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일본 보이콧 운동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부터 일본 관광 자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났고 여기에 일본이 당초 예상했던 대한민국에 대한 경제적 충격은 반대결과를 가져와 되레 일본이 피해가 큰 결과를 낳았다.　 산업부가 발표한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지난해 대일본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191억5000만 달러로 2003년(190억4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200억 달러를 밑돈 것도 16년 만이다. 한국의 대일본 수출이 무역 갈등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더불어 일본의 대한국 수출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발표된 7월 이후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7월 4370억 엔 규모였던 수출은 8월 4226억 엔, 9월 4028억 엔으로 점차 줄어들다가 10월에는 전월비 23.1% 감소한 3818억 엔에 그쳤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이 4000억 엔 아래로 내려온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었다.　 여기에 일본산 소비재 교역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일본의 피해를 가중시켰다. 우리 국민은 `노재팬` 운동을 통해 유니클로, DHC화장품, 일본산 맥주 등 한국에 대한 `망언`에 관련된 품목들에 대해 적극적인 불매운동을 펼쳤다.　 일본의 무역 갈등 역효과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자동차다. 지난해 국내의 일본차 판매 실적은 전년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일본 브랜드 신규등록 대수는 총 3만6661대로 전년(4만5253대)과 비교해 19.0% 줄었다. 닛산은 3049대가 팔려 전년(5053대)보다 39.7% 급감했고 도요타도 36.7% 줄어든 1만6774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일본으로 여행하는 국민의 수도 대폭 줄었다. 일본관광청이 집계한 지난해 1~11월 누계 방일한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22.2% 줄어든 534만 명이었다. 이 중에서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불거진 하반기의 방문객은 150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한일 경제 갈등의 원인 제공을 국제적 약속을 어긴 대한민국이 했다는 일본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삼권분립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을 일본이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이해할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일본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도 자신들의 주장을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꺾을 의사가 없어 보이니 이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풀기 힘든 아픔이 있는 관계지만 지정학적 관계로 보자면 이처럼 반목한 채 길게 이 상황을 끌고 갈 일은 아니라는 판단도 나온다.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결국 대한민국이 입을 피해가 누적돼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있다. 자존심과 국가의 신뢰도를 감안한다면 피해를 각오하고 끝까지 우리 입장을 지켜가는 것이 분명히 옳은 일이지만 손익계산서에 붉은 자국이 남게 되면 현실적 판단을 하게 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이 지난해 보여준 일본 보이콧 운동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보고 시작했다가 된통 당한 꼴이다.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했다. 이제는 더욱 냉정해져야 할 차례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온건하게 유익한지 침착하게 따질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