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서 직원 채용시험을 치는데, 시험 규정은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당연히 고용자가 그 룰(Rule)을 만들게 될 것인데, 만일 피고용자가 자신을 채용하는 시험 규정을 스스로 만들겠다하면 말이 되는 것인가? 지금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두고 연일 갑론을박(甲論乙駁)이 계속되더니, 도대체 어떤 제도를 만들자는 것인지? 웬만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안(案)들이 난무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 민주비례당, 한국당, 한국비례당, 미국당, 이스라엘당, 사무라이당, 한나라당, 두나라당, 미래당, 과거당, 정의당, 불의당, 기독당, 불교당, 유교당에 마호메트당, 잘 하면 숭구리당당 숭당당 까지(새로운 정당명이 필요한 분 상담 환영)무려 30개 이상의 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고도 하고, 또 무슨 석패율도 적용하자고 한다는데, 몇표나 져야 석패에 해당하는 지도 모르겠고, 좌우지간 실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정신이 다 헷갈릴 지경인 것 같다.　 그런데 묻고 싶다. 누구 맘대로 선거법을 고치려하고, 또 고쳐야 하는가?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구라면 당연히 유권자(고용인)인 국민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아야 할 것인데, 피고용자들이 모여 자기들 마음대로 안(案)을 도출한 후, 한 쪽에선 선거규정 개정법을 통과시키겠다하고, 다른 쪽에서는 결사 저지하겠다는 등 이전투구(泥田鬪狗)를 계속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는 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의원(代議員)이기에 당연히 국민이 자신의 뜻을 대의(代議)할 자에 대한 투표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선거 방식에 대한 규정 역시 주권자의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선출자들이 모여 스스로의 피 선발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위헌(違憲)의 소지마저 없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과거 군부정권 시절에도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통령 직선제(直選制)를 간선제(間選制)로 고친 적이 있었지만, 결국 국민이 그것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문제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사실상 국민의 직접투표로 보기 어렵고, 일종의 간선(間選) 투표로 볼 수도 있을 것인데, 명분이야 국회에 전문인력도 영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과연 지금까지의 비례의원들이 지역구 의원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졌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취지야 어떻든 과거의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연상시키기마저 하는 비례제도의 부작용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비례제도 자체를 부정하자는 얘기는 아닌데, 비례대표는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취해야 할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게다.　 우리가 부작용을 염려하여 약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국회의원 비례 제도를 인정하는 경우라도, 권세를 가진 특정인이 선호하는 인사(人士)가 더욱 국회 입성을 용이하게 만드는 제도개혁 따위는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 아닌지 모르겠다.  따라서 불가분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유권자가 해당 후보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변별할 수 있는 쪽으로 개정되어야 그것을 개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법 개정이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기에, 페스트 트랙이든 슬로우 트랙이든 간에 여기서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선거법을 재검토하라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피선출자들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意思)도 묻지 않은 채, 스스로 선거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월권이 될 수도 있으며, 선거법은 국민들이 합의하고 정치인들은 국민이 합의한 선거법에 따라 피선(被選)될 대상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느 직종도 종신직이 보장되어서는 아니 된다. 스스로들 정년이 없는 정치인이 된 것인지 모르지만, 지역구와 비례를 오가며 종신 권력을 누려보겠다거나, 자신의 유명세나 금력(金力)만을 이용하여 쉬운 국회 입성을 획책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