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27일 많은 산고(産苦) 끝에 드디어 포항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포항지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집에 비유한다면 모법(母法)은 주춧돌과 기둥, 대들보에, 시행령은 서까래, 마룻대 등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모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행령이다.　 특별법 부칙에 시행은 공포(2019년 12월 31일) 된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2020년 4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단, 피해 주민의 구제를 위한 조사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제14조(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와 제16조(피해자 인정 신청 등)는 8개월이 경과한 올해 9월1일부터 시행 된다. 　 그렇다면 시행령은 누가 만드는가. 일반적으로 정부(쉽게 말해서 해당 부처 공무원이)가 만들어 대통령령으로 공포한다. 　 최근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두고 정치권(국회)은 물론 일반 국민(언론)들까지 그 문제점을 앞 다투어 지적하고 있다. 　 즉 정부가 시행령 법안을 만들다 보니 정부 입장, 즉 국가가 유리한 방향으로 법 조항을 만들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행정입법`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어떻게 되나.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중요 사안(법 조항) 역시 정부가 유리한 쪽으로 밀어 붙일 것이 뻔하다. 물론 일반법과 성격이 다소 다른 만큼 피해 주민과 자치단체(포항시)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 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법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나중에 법을 새로 개정을 해야 할 사항까지 정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6조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한 예로 들어보자. 　 위원장 포함 총 9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향후 ▲지진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 ▲지열발전사업 추진과정의 적정성 조사 ▲지진 관련 법령, 제도, 정책 등에 대한 개선 및 대책 수립 등 특별법의 핵심 활동 중 하나다. 　 지열발전소로 인해 촉발된 지진으로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부 책임(공무원 과실)이 밝혀지지 않는 만큼 앞으로 이 부분에서 정부와 포항시(피해주민)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공무원 과실이 확인될 경우 배·보상 문구가 삽입된 새로운 특별법을 만들어야(개정)할 뿐 아니라 배·보상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는 자체 조사한 결과, 범죄혐의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시행령 초안을 만들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나 진상조사위원회및 피해구제심의위원회 활동을 담당하는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의 해당 공무원이 어떤 입장에서 시행령과 규칙을 만들고, 업무를 추진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으로 제13조 `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피해자 여부 심의 결정 ▲피해자와 포항시에 대한 피해구제 및 지원 대책 추진 ▲지원금·지원 대상·지원범위 결정 ▲위원회 규칙 제정 및 개정 등의 업무를, 제14조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은 ▲지원 대상 ▲피해 범위 산정 기준 마련 ▲지원금 결정기준 및 지급절차 등 핵심 사항을 모두 시행령에 담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주민과 포항시의 향후 활동 방향은 자명해 진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피해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충분히 담겨야 한다.　 또 진상조사위원회 및 구제심의위원회에 피해주민과 포항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들이 많이 포진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껏 힘들게 싸워 얻어낸 포항지진특별법이 완성품이 된다. 하지만 코앞에 닥친 총선 등 어수선한 대내외적 분위기 때문에 정부 입맛대로 시행령이 제정될 우려가 적지 않다.　 포항의 시민단체 협의체로 구성된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가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 싸웠다면 다음은 포항시가 발 빠르게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