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은 유난히도 태풍이 잦았다.　 그날도 밤새 태풍이 휘몰아치고 난 다음날이었다. 평소 자주 걷던 철길숲이 무사한지 걱정되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비바람에 엉망이 되어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철길숲에는 새벽부터 공무원과 관리 인력이 나와 강풍에 부러진 가지와 나뭇잎, 진흙을 치우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해 밤잠 못자고 숲을 관리하던 모습이 고마워 먼저 근무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철길숲을 걷다보니 숲을 잘 만들어 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으로 인근아파트에서 걸어놓은 현수막이 보였다.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모양이다.　 철길숲이 만들어진 이후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변화되었다. 저녁마다 건강교실이 열리고 시민 DJ가 라이브 음악진행을 하며, 주말이면 라디오 공개방송과 콘서트, 인문학 강좌가 열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교수의 강의를 동네에서 들을 수 있다니! 이러한 일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참 고맙다. 최근 뉴스를 보니 철길숲이 녹색도시 분야 대외평가에서 큰 상을 3차례나 수상했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언젠가 포항시에서 주최하는"그린웨이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유명 조경가가 공원디자인과 시민참여에 의한 공원관리에 대해 서울의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서울에서는 시민들이 공원의 조성, 이용, 관리 분야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포항도 시민들이 숲과 공원 관리에 참여해야 한다.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포항로타리클럽도 녹지관리분야 시민참여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지난 8월 포항시와 제1호로"철길숲 관리 자원봉사 협약"을 체결하고 성모병원 건널목에서 음악분수까지 약600미터 구간에서 일요일 새벽마다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시민의식이 성숙해서 쓰레기를 함부러 버리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철길숲을 샅샅히 훑어보지만 맨날 빈 봉투로 돌아온다.그러다 보니 산책로에 덩그러니 놓인 개똥도 예뻐보인다. 개똥이 예뻐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항시의 주인은 시민이고, 시민은 주인답게 포항을 가꿀 의무와 책임이 있다.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도와 포항을 가꾸어 나간다면 그린웨이라는 비전이 머지않아 완성될 것으로 생각된다. 　 겨울이 지나고 철길숲에도 새싹이 돋아날 때 철길숲에서 나무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멋진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