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은 어떤 경우라도 N극과 S극이 따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자기학(電磁氣學)의 기본 이론이다. 그러니까 자석의 N극과 S극은 분리시키는 순간, 분리된 극(極) 반대쪽에 대칭되는 또 다른 극이 자연 발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직 현대 과학이 명확히 해결하지 못한 자연의 미스터리에 속한다.　 근래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편파(偏頗)문제 역시 그와 같아서, 한 쪽의 편파적인 행동은 반드시 다른 쪽의 편파적 행동을 부르게 되는데, 사실상 지극히 편파적인 행동을 중도(中道)로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을 넘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그른 일을 그르다 하거나 옳은 일을 옳다고 하는데 편파적이 됨을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옳다거나 그르다는 판단의 기준이 또 다른 시비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시험을 치룰 때, 일부러 오답을 찍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모두가 정답이라 생각하는 답을 선택하지만, 시험을 치룬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실수를 했거나 공부가 부족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부가 부족했다거나 실수를 인정하기 보다는, 잘못 선택된 오답을 정답으로 만들려는 우격다짐을 계속하고 있다. 바르지 못한 일에 대한 지적을 편견으로 몰아 부치며 더러는 중도를 끌어와 자신의 과오를 희석시키려 하기도 하는데, 편견은 극(極)을 의미하기 때문에 극은 극으로 중화되는 것일 뿐, 중도로 극이 다스려지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물에 빠지면 입만 위로 떠오를 것 같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하는 영혼 없는 말잔치를 토론이라 하는가? 다른 동물들은 단 몇 종류의 톤이 다른 소리만으로도 서로 필요한 의사소통을 하는 듯이 보이는데, 무슨 형용사는 그리 많고, 무슨 어조사(語助辭)가 그리 많은지 모르지만, 인간들은 너무 많은 어휘를 쓰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소통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디지털 언어는 기본적으로 오직 거짓(false)값 `0` 과 진실(true)값 `1`, 단 두 개의 수로만 구성되며 중간 지점이 없지만, 복잡한 십진법(十進法)과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는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이 가능하고 오류 없는 정답을 도출해낸다. 거짓과 진실은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다투는 이유는 복잡하고 애매한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이며 어느 편에선가는 비논리적 억지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아무리 뛰어난 언변으로도 붉은 색을 푸른색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며 푸른색을 붉은색으로 바꿀 재간은 없을 것인데, 옳고 그름을 단지 너와 나 생각의 다름이라고만 할 수 있을 것인가? 도둑이 남의 물건을 훔친 후에, 이미 훔쳤으니 자신의 소유라 주장 한다면, 그것도 관점의 차이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말이다.　 법과 원칙은 주장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며 원래 그대로 서 있다. 오늘날과 같이 방대한 분량의 성문법(成文法)이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공동생활을 영위해왔으며, A4 용지 단 한 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어느 종교의 십계명(十誡命)만 지켜도 사람들의 다툼은 사라질 수 있다. 성문법이란 특정한 사람들의 권력이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며, 공동체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잡다한 내용을 명문화한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법은 모든 사람의 지능 속에 내재된 이성(理性)을 일컬음이니, 아무도 자신만이 전문가임을 자처하지 말라! 그가 누구였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잘못 판단한 것은 잘못 판단한 것일 뿐, `0` 과 `1` 의 구분에 권위는 무슨 얼어 죽을 권위인가? 공기로 숨을 잘 쉬는 전문가,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삼원색을 구분하는 전문가를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편파적인 행동에 편파적인 반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불의한 일에 분노하는 것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감정의 표출일 것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는 물리학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과 같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