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일상 자체가 행복입니다. 저희들끼리 작은 사회를 만들어 자립성과 자조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장점입니다. 아이들 가운데 특별히 귀엽고 예쁜 아이는 따로 없습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6자녀를 기르고 있는 정용근(48) 경주 모량교회 목사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정 목사는 "1인 혹은 2인 자녀 가정에는 부모가 그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걸게 된다"며 "다자녀 가정인 경우 각 자녀의 다양성으로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면서 자라나기 때문에 국가의 장래로 봐서도 인성교육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의 자녀는 첫아들 사무엘(12), 첫딸 에스더(11), 둘째딸 아히엘(9), 셋째딸 엘리안(7), 넷째딸 율리아(5), 막내아들 다니엘(4) 등 2남 4녀다. 정 목사의 부인 안소라(37)씨는 "결혼할 때 네명의 자녀를 갖겠다고 계획했지만 사무엘을 낳고 연거푸 딸을 셋 낳고 보니 은근히 아들 욕심을 가졌다"고 했다. 안씨는 "2남 2녀가 가장 이상적인 가족 구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신에서 출산까지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아이를 낳을 때마다 출산의 기쁨을 누렸다"고 말했다. 또 "목사라는 직업이 박봉이어서 저소득층에 가깝다 보니 여러 자녀를 기르느라 생활의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을 믿는다"며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3억원이 든다는 통설이 있는데 그 말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어린 시절 영천 보현산 자락의 두메산골에서 자라며 워낙 가난하게 성장을 해 가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지혜롭게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안씨의 말을 거들었다. 정 목사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넉넉하고 가난에 대해서 모르고 자라다 보니 감사함도 소망함도 없는 것 같다"며 "부모가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미리 채워주다 보면 개척정신, 결정권, 생활권 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며 역설적이게도 가난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다자녀 지원 정책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정 목사는 "네째 아이부터 20만원씩 5년간 꾸준한 도움을 받았다"며 "생활의 적자를 면하게 해주는 귀한 혜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자녀 지원 정책은 경제적인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며 지원 자체가 감사할 뿐"이라며 "알아서 하라고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것은 욕심이 끝이 없다는 뜻"이라며 "다자녀에 대한 복지지원은 재원이 가능한 만큼 지원해주고 함께 나누고 극복하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무조건적 지원 확대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정 목사 부부의 육아에 대해 서로 미루지 않는다고 했다. 정 목사는 목회일을 하다가 여가가 나면 집안일을 도운다. 그러나 아직 아이들의 옷이 누구의 것인지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한다고 웃었다. 안씨는 남편이 귀한 시간을 나눠 집안일을 도우려는 의지가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안씨는 "귀한 아이 여섯을 가지게 된 것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이며 잘 키우고 잘 가르치라는 사명을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귀한 선물 같은 아이를 키우는 것도 때를 놓치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의 자녀들은 당연히 싸움도 한다. 이에 대해 정 목사는 "각각 색깔이 다른 아이들이 한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저희들끼리 싸우면서 승패의 기분을 느끼고 사회 적응 훈련이 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싸움을 통해 패배를 극복하는 노하우도 미리 배우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 목사는 6명의 자녀를 마지막으로 아이를 더 가질 계획은 없다고 했다. 정 목사는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목회일에 더욱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