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달력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새 아침은우리들의 대화 우리들의 눈빛 속에열렸다　보라발밑에 널려진 골짜기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에도빛나는 눈부신 태양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철조망 지뢰들도 씻겨 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 아이들 손 이끌고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달나라나 한바퀴돌아 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금가루 흩뿌리는새아침은 우리들의 안창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구슬 짓는다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2020년, 경자 년 새해가 열렸다. 첫 아침 친구한테서 반가운 문자가 왔다.　 `토고납신 吐古納新` (묵은 것 다 토해버리고 새것으로 채우소서). 그렇다.　 새날 아침을 정결한 마음으로 맞는다. 새해엔 서두르지 않으리라. 남을 미워하지 않고 가장 고독한 길을 가리라. 최선을 다하리라.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마음의 다짐을 해본다.　 시인은, 수도자의 아침처럼 경건하게 새해를 맞아야 한다고 노래한다. 새해 아침엔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 모두가 수도자가 되는 순간이다. 신동엽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새해 새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는 게 아니다. 새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속에, 우리들의 따스한 눈빛 속에서 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0년 새해 메시지처럼, "교회, 싸움에 뛰어들어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고 한다. "새 아침은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 구슬 짓는다"는 표현이 울림을 준다.　 새해에는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는 지루함을 모르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김종길 시인의 시 구절처럼, 새해는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고,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운 것을 생각해보는 눈부신 첫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