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은 도시는 홍콩이었다. 9년 연속해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시위가 장기화되면서 1위 수성은 위태롭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지난해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2671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2018년보다 8.7% 줄어든 것이다. 날마다 시위가 토픽으로 보도됐지만 관광객 숫자는 급감하지 않았다. 2위는 방콕으로 2584만명이 찾았고 홍콩이 100만명 앞선다. 만약 새해에도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1위 자리를 방콕에 내어줄 공산이 크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세계 400대 도시를 대상으로 방문객을 조사한다. 홍콩과 방콕에 이어 런던, 마카오, 싱가포르, 파리, 두바이, 뉴욕, 쿠알라룸푸르, 이스탄불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홍콩이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중국과의 인접성, 편리한 쇼핑 시설, 뛰어난 문화유산 등 여러 강점을 지녔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위가 거듭되고 있지만 홍콩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는데 대해서도 "지난해 런던, 파리, 이스탄불 등에서 테러 공격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곧바로 잊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테러가 일어났던 런던, 파리, 이스탄불은 톱10 안에 들었던 도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인 1725만명을 기록한 것을 기념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의 관광경쟁력은 세계 19위에서 16위로 높아졌다며 지난해 성과를 관광산업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750명에 이르며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8초마다 1명이 방문한 셈이 된다.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한해 1750만명이라면 홍콩이라는 단일 도시의 2671만명에 비해도 모자란다. 물론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이 모두 외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접한 중국인들의 방문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잘 말해준다. 대체로 외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방콕의 2584명과 비교해도 까마득히 모자라는 숫자다.　 홍콩과 방콕은 주요 산업이 단연코 관광산업이다. 물론 다른 분야의 산업도 조화롭게 발전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주로 관광업에 종사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런던이나 파리, 뉴욕 등 톱10 안에 드는 도시들을 보더라도 그들 도시가 관광산업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이 서민의 경제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불문가지다.　 시각을 좁혀보자.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가 개막됐다. 대구경북이 지역의 재도약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은 산재해 있지만 관광산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있는 만큼 올해의 이벤트는 대구경북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보다 관광자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대구경북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과연 얼마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의 궁극적 목표는 올해 반짝 흥행을 거둘 것이 아니라 올해의 성과를 발판으로 제대로 된 관광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라면 고민해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가장 먼저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다. 아무리 가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갖춰줘야 한다. 아직 그 분야는 걸음마 수준이다. 영문으로 된 간판을 보유한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황에서 언감생심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도시를 만들기는 어렵다.　 또 문화와 결합한 관광상품을 내놔야 한다. 문화와 예술은 관광산업과 쌍둥이다. 경주가 아무리 신라천년의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하더라도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받쳐주지 못해서 아직 글로벌 관광도시로 크지 못하고 있다. 톱10 안에 든 도시를 제대로 봐야 한다. 홍콩 국립미술관에는 연일 줄을 서서 전시실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 새해가 시작됐고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도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한해동안 모든 것을 거둘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경쟁력 있는 관광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시험을 한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좀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