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00, 이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상당히 큰 수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만일 그것이 돈이라면, 불과 36500원으로는 우리가 단 하루를 연명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 숫자에 하루를 세는 단위를 붙이면, 36500일은 수명이 긴 한 사람의 일생에 해당하는 100년이 된다. 그러니까 당신이 장수할 것이라 예상해도, 당신에게 주어진 날은 불과 36500일에 불과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36500일 중에 오늘 하루를 소비했듯이,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불과 `100`이라는 수(數) 중에 1을 뺀다는 뜻도 된다. 만일 당신이 20대라면 앞으로 칠 팔십 번 새해 아침을 맞이할 확률을 가지겠지만 중년 이상의 나이라면, 사실상 몇 십 회의 새 해를 볼 수 있을 지 아무도 장담하기가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백년을 살면 장수(長壽)라고들 하지만, 백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불과 백 번 공전하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우주를 떠도는 한 개 티끌 먼지만도 못한 이 지구의 나이에 비교해도 100년이란 눈 한 번 깜짝할 순간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기해년 (己亥年)이 저물고 있다. 서기 2000년 `밀리니엄 버그`로 세상이 금방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걱정들이 많던 그 때가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지구 종말은 오지 않았고 드디어 서기 202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양 사람들은 보통 예수(Jesus) 탄생 이전과 이후를 나누어 기원전과 기원후로 구분하는데, 천 년 단위를 밀리니엄(millennium)이라 하고, 백 년 단위를 센추리(century)라 하며 또 십 년 단위를 데케이드(decade)라 표현한다. 우리말에는 딱히 십 년 세월을 쪼개어 부르는 어휘가 마땅하진 않지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어, 십 년은 상당히 많은 것을 바꾸는 시간임을 의미했다. 역사의 흐름이나 문명의 변천에는 항상 어떤 변곡점이 있게 되는데, 서기 2020 년은 아마도 인류 역사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큰 변곡점이 되리라는 것이 나의 예측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노동력에 의지되어 왔던 모든 산업구조는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무노동(無勞動) 사회로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며, 정치 사회적으로도 형식주의, 권위주의가 막을 내리고, 대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 패러다임의 대 변혁이 시작되는 원년이 바로 2020 년이 될 것이기에 밝아오는 경자년(庚子年)은 `밀리니엄`이나 세기의 바뀜보다 더 큰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는 얘기다.　 세계질서가 재편되기 시작되고, 새로운 정치이념이 출현할 것이며, 새로운 산업구조, 새로운 생활형태, 새로운 사회체제가 태동한다. 한 개의 단세포에서 출발한 생명 진화의 역사를 보더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種)은 모두 도태되어 멸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왜 모두가 살기를 바라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적자생존(適者生存), 수구(守舊)는 멸망의 길이 될 것이며,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움을 수용하는 자 살아 남는다. 수구와 개혁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변화하려는 사람들이 차이일 뿐인데, 흔히 생각의 다름을 얘기하지만 생각의 다름으로 지는 해를 뜨게 할 수도 없으며 뜨는 해를 지게 할 도리도 없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은 또 새해 아침의 일출을 보기 위해 모두 바닷가로 몰려 나갈지 모르지만, 태양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아침 해와 석양도 동일한 것인데, 유독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다른 이름을 짓는다. 일출과 일몰이 아무리 반복되어도 태양은 둘이 아닌데, 되풀이 되는 새해 아침 해를 영접하고 돌아서서 미혹과 후회를 반복할 것인가? 기해년 제야가 한 시대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우리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만 한다면, 이후 `데케이드`는 과거의 밀리니엄에 필적하는 진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 확실하다. 모두가 낙오되지 말고 새로운 밀리니엄의 동참자가 되기를 소망하며 새 아침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