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포항지진특별법`)이 오랜 산고(産苦)끝에 드디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2017년 11월15일 지진 발생 이후 만 2년1개월 만이다.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포항시민들은 또다시 해를 넘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심의 방법을 놓고 특별위원회와 해당 상임위로 심한 대립을 보일 때는 영영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탄식도 있었다. 포항지진특별법은 이같이 힘든 과정을 겪고서야 세상에 나왔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각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포항시민들과 함께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에 온 힘을 쏟아온 지역의 여·야 정치인과 지역 각계 시민 단체들로 구성된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등도 환영과 함께 그동안 도와주고, 고생한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포항지진특별법은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법을 만드는 것(제정) 못지않게 법을 시행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여 가져온 떡을 놓고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야 말로 양보와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벌써부터 특별법 시행과정에서 일어날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포항시가 향후 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피해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담는 것이다.　 포항지진특별법은 크게 두 가지 기본 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지진발생 원인과 책임소재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이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 구제 및 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구제심의위원회`다.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따라 이 둘의 조직은 국무총리 산하에 두게 되는데, 그 인적 구성과 향후 활동이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언론에서 `행정입법`이라 불리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제정과 시행(활동)을 우려하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집행하기 때문이다. 　 포항지진특별법의 경우도 모법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또는 추후 법률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할 것까지 행정 입법을 통해 추진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뜻이다. 국회의원들조차도 `법치주의`가 아니라 `령(令 )치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포항지진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중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모법인 포항지진특별법에 `진상조사위원회`와 `구제심의위원회`의 위원은 각각 9명으로 구성되는데, 임명권한이 국무총리에게 있다.　 사실 포항지진특별법의 핵심은 이 두 위원회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두 위원회의 위원으로 누가, 어떤 인물이 들어가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피해주민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해 줄 수 있는 분이 위원으로 많이 들어가길 원한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그 반대 일 것이다.　 특히 진상조사위원회의 경우 진상조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 등 해당 공무원들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배·보상 문구가 들어가는 모법을 다시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책임(과실)이 공무원에게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포항시와 피해주민들은 그 반대 입장일터.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역시 마찬가지. 포항시와 피해주민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쓸 것이고, 정부는 그 반대일 터. 　 이번 특별법으로 지진 피해를 입은 개인은 물론 공장, 유치원, 상가, 병원, 농장 등도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피해 조사 방법 및 지원금 산정 등 모든 구제 업무가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향후 포항시와 피해주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자명해진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잘 만들도록 여력을 쏟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