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세계는 회색빛의 암울한 모습으로 변할까?`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했다. 이 단어의 사용빈도가 잦은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구는 오염되고 병들어가는 곳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기해년에 겪었던 잦은 태풍과 올 겨울 엘니뇨현상이 옥스퍼드 대학이 선정한 기후 비상사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해년 한해는 동해안 일대에 잦은 태풍이 할퀴고 간 아픈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안타까운 한해였다. 태풍피해 주민들의 기해년은 영광보다는 상처가 컸다. 여러 차례 강타한 태풍은 결실기의 벼논이 쑥대밭이 되었고 연안일대가 무너지고 침수되어 그 피해가 엄청났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기상변화를 보면 고대에도 지진과 태풍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 기온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우리 농민들은 해마다 잦은 태풍의 기상변화를 보면서 벌써 내년 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올 겨울 날씨가 평년보다 조금 덜 춥고 강수량은 평년대비 비슷하다는 일기 예보가 있지만 기온변화가 크기 때문에 날씨 전망이 빗나갈 수도 있다. 풍년 농사를 구가하는 우리 농민들에게는 날씨가 중요한 요소이다. 자연재해는 전쟁 중에 군대를 철수 시킬 만큼 크게 우려되는 재앙이기도 하다. 우리는 천인합일 사상으로 자연현상이 인간의 행위에 감화된다고 믿었다. 　 대기에 떠 있는 미세한 얼음조각이 태양빛에 굴절, 반사되어 또 다른 태양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인 환일 현상이나 일식은 하늘의 뜻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이상 기후의 주범 엘니뇨현상 때문일까? NOAA 예보관들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는 3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기록에 의하면 우리 선조는 수천 년 전부터 이미 하늘을 우러르며 자연현상을 관측해 왔다. 고대부터 하늘과 땅이 변화, 그리고 태양과 별의 변화를 세밀히 관측해 기록해 왔던 것이다. 　 삼국사기에 실린 내용 중 신기한 것은 태양이 방출한 플라즈마가 지구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 대기 속의 공기분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신비의 `오로라`를 관측한 기록이 등장한다. 지금은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같은 북쪽 지방에 가야 볼 수 있는 신비한 오로라를 삼국시대에 우리조상이 관측했던 것이다. 　 그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해온 우리조상들은 긴 역사 환난 속에서 때로는 목숨을 걸며 이를 지켜왔다. 기상기록도는 자연과학도와 역사과학도가 합심한 성과물로 자연과학과 역사학의 지식을 한데 모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담긴 10세기 이전의 자연현상 기록을 연구하고 이를 중국의 기록과 비교하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기후 비상사태의 위기를 제대로 알고 대응책을 논의 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이런 와중에 기후 비상사태 속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껴보라는 어느 성직자의 말이 어쩌면 순진한 낭만주의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지구보존의 절박함을 표현한 명언이다.　 어쨌든 언제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예사롭지 않는 기후 변화에 위기의 대응책을 세워야할 정치인들은 난장판이 되어 자기네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망의 새해 경자 년에는 이런 후안무치한 정치 집단들에게 준엄한 심판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