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가는 시간을 가리키며, 광음 또는 연화라고도 한다. 그밖에, 지내는 형편이나 재미로 `요즘 자네 세월이 좋은 모양이군`, 거래에서의 실속이나 벌이로 `이런 판국에 무슨 장사인들 세월이 있겠나`, 세상 또는 세상 형편으로 `안방에 앉아서 달나라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세월이다`, 그리고 일의 진행이 너무 더디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말에 `세월없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세월은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며, 사람에게는 나이의 저울이다. 그래서 노인네들은 연륜(나이테)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심지어 마음까지도.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데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금방 시작인 것 같은데 1년이,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간다.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각오도 결심도, 희망도 계획도 모두가 새롭게 시작을 신중하게 여기고 그 과정도 민첩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사정에 따라서 오류를 범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며 연말이 되면 아쉽고 부족했던 것만 남게 되는 것이 인간의 일상이다. 세월은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시조시인 이호우의 금(터져서 벌어진 틈)에, "차라리 절망을 배워/바위 앞에 섰습니다/바위도 세월이 아픈가/또 하나 금이 갑니다"　 식물의 나이를 나이테라고 한다면 사람의 나이는 세월이다. 나이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욥기서`에 나이와 함께 지혜가 자라고, 연륜과 함께 깨달음이 깊어가도 지혜와 힘은 결국 나이에서 나오고, 경륜과 판단력도 나이에 있는 것이라 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사람의 주름살이 고목의 그늘이고 인생의 일기장이요, 계급장이다. 사람이 어릴 때부터 나이 먹기를 바라지만, 1년을 두려워한다. 즉, 생명을 사랑하고 죽음을 겁내고 회피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과거는 점점 더 늘어나고 미래는 점점 더 줄어든다. 여기서 하나 이상한 계산은 음식은 먹으면 그 수가 줄어드는데 사람의 나이는 먹으면 먹을수록 어찌하여 그 수가 불어나는지 거부하고 싶다.　 한 해가 시작되는 연초에 사람들마다 한번쯤 각오와 결심을 굳게 한다. 물론 자신에게 다짐하는 맹세이지만 그 계획은 단연하고 당당하다. 시간은 주사위처럼 이미 던져졌다(시저가 로마로 쳐들어갈 때 강을 건너면서 하는 말.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뜻). `일도양단`이라 결단성 있고 민활하게 일을 처리할 마음이 앞서는 결단으로 새해가 전개된다.　 인간의 결의가 꼭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결단은 인간의 힘, 용기, 지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종교적인 출발이라는 말처럼 신(神)의 도움으로 갈구되는 것이다. 결심은 늦어도 실행은 빨라야 한다는 말도 있고, 어리석은 자의 특징은 결심을 못한다는 점도 있다.　 권상노의 `생사를 잊으라`는 글에, "세상에 만 가지 사물이 무엇으로 성취되느냐 하면 오직 결심이라는 것이 있을 뿐이다. 학문이 아무리 어려워도 알겠다는 결심만 있으면 알아지는 것이요, 아무리 힘든 사업이라도 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성취되는 것"이라 했다. 동·서양 속담에도 `난봉자식이 마음잡아야 사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마음에 결심한 것이 곧 풀어진다는 뜻이다.　 세모가 가까워올수록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 실천한 것보다 모자란 것이 더 많아 마음이 착잡하다. 후회는 뉘우치는 마음에서 온다. 깊이 후회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 반성은 부끄러움을 상대로 모자란 부분을 실토하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부족하고 미흡했던 일만 가슴을 무겁게 한다. 사람은 쉽게 자기의 마음을 용서한다. 더더욱 남보다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