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러분들 앞에 오백원짜리 동전과 백원짜리 동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동전을 호주머니에 넣은 다음, 호주머니에서 주먹을 꺼내 여러분들 앞에 내밀고, 이 주먹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맞추면, 오백원을 드리겠다. 단, 여러분들은 나에게 백원을 걸어야 한다. 라고 한다면?　 이 경우 사람들은 보통 확률과 손익을 계산하게 될 것이다. 즉, 백원을 걸고 오백원을 딸 확률은 1/2 이 되고 백원을 잃게 될 확률도 1/2이 될 테니, 당연히 돈을 거는 사람이 크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모든 사람들이 투전을 하려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내가 주먹을 펴는 순간, 내 주먹은 비어있고, 아무도 정답을 맞힌 사람이 없으니, 여러분들이 건 돈은 모두 내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경우, 여러분들이 나에게 항의를 할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내 주먹 속에 백원짜리 아니면 오백원짜리 동전, 둘 중에 하나가 있을 것이라 지레 짐작한 여러분들의 잘못일 뿐, 문제를 낸 나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왜냐하면, 나는 내 주먹 속에 뭐가 있느냐고 했을 뿐, 얼마짜리 동전이 있느냐고 묻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다름 아닌 프레임의 함정인데, 내가 사람들에게 동전을 보여주는 순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오백원짜리 동전과 백원짜리 동전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고, 때문에 택일해야 할 경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관념에 지배되어, 제 3의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다름 아닌 프레임의 산물인데, 대개의 정치인들이 불끈 쥔 주먹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 좀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오른쪽에 있다하면 왼쪽에서 욕할 것이요. 왼쪽에 있다하면 오른쪽에서 욕할 것이며, 가운데 있다하면 양쪽에서 욕할 것이다. 아무데도 있을 곳이 없지만 어디든 소속되기를 강요받던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인데, 소속 된 바 없이 소속되고, 소속되었으나 소속되지 않은 삶은 불가능한 것일까?골치 아픈 경(經)이나 철학서적 따위에서 어려운 말들을 차용해올 생각은 별로 없지만, 프레임에 빠져야 할 이유가 없는 우리 본래의 마음자리를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 하였다. 즉, 유심론(唯心論)만 주장하거나 유물론(唯物論)에 빠져드는 행위 그 자체가 이미 사단이니, 그 어느 것도 배척하지 않지만 취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머리 아파지려 하니 그냥 쉽게 가는 것이 좋을 듯한데, 경주 남산 뒤에 사는 사람들은 남산이지만, 남산 앞에 사는 사람들에겐 북산이다. 어느 쪽도 정답은 아니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틀린 말도 아니다. 우기지 않으면 관점일 뿐이지만, 우기면 고집이 된다. 그래서 도(道)를 도라 하면 이미 도가 아니요. 진리를 진리라 하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세상은 고집불통 때문에 다툼이 많고, 우격다짐 때문에 시끄럽다. 그러니까 진리조차 진리임을 고집하지 않아야 함에도, 자신의 관념(觀念)을 진리라 주장하고, 편견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들이 있어 늘 프레임이 만들어 지게 된다. 만일 정치인들이 똑같이 나에게 주먹을 내민다면, 나는 망서림 없이 그 주먹 속이 비어 있다 답 할 것인데, 왜냐하면, 만일 그가 빈 주먹만 나에게 들이댄다면 나는 매번 그 게임을 이길 것이고, 그가 어떤 동전을 하나 잡게 되어도 틀리면 백원 잃고, 맞으면 오백원을 따는 게임에서는 항상 내가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처럼 정치인들이 만든 프레임이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그들에게 오히려 불리한 게임이 될 수 있고, 그들의 프레임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도 더 이상 손해만 보는 게임을 지속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