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은 자고로 순탄하지 않다-윌리엄 셰익스피어　 "당신도 비정상이야"　 아내의 착 가라앉은 어조가 얼음물을 끼얹었다. 　 "난 깨물고 싶지도 손을 잡고 싶지도 않아. 바빠 죽을 지경인데 쓸 데 없는 말 하지 말고 가서 잠이나 자라고!"　 "안 선생은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알아차렸어. 당신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아"　 옥신각신하다 오늘은 오후 연수 강의가 있으니 내일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가기로 약속한 후 아내가 서재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알아. 안 될 뿐이야"　먼동이 트고 있었다. 이제 강의 예시를 다시 고치기는 글러버렸다. 내러티브를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진행시키려면 먼저 스토리텔링의 힘이 강력해야 하는데,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하여 스토리텔링으로 끝나지 않은 일이 이 세상에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창의력을 키우는 스토리텔링이 하품 나오게 지겹다.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기는. 앞으로 한 시간 안에 두뇌 폭풍이 일어나지 않으면 바로 부딪칠 수밖에 없어. 그래, 차라리 강의 시간에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자. 아주 극적이겠군. 그는 파워포인트로 네모 하나를 그리고는 앞에 청중이 있기라도 하듯 용지를 보이며 강의식 어투로 말했다. 　 이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이미지를 말해봅시다. 선착순으로 15명의 답변을 듣겠습니다. 답변하신 선생님께는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이것도 갑자기 떠올랐다.　 별 희한한 데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니 우리의 사고 확장을 위해 여러분의 스토리를 말해 주시길 바랍니다. 손을 들지 않으면 교감의 좌석부터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시킬 작정이었다. 저 친구들 표정 좀 봐, 어리벙벙한가 봐. 이럴 때는 아무래도 내가 시범을 보여야겠지. 　먼저 제가 해보겠습니다. 저의 첫사랑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네모진 자신의 얼굴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앞가르마를 타서 양쪽으로 머리를 내렸는데 이마가 네모지고 넓었지요. 모나리자처럼 말입니다. 그 시대에는 넓은 이마가 아름답다는 인식이 대세였지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도 시대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다빈치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그녀의 운명이 비극적이지요. 그러니까 그녀는 외모 때문에 스물일곱에 스스로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비극적 운명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즉흥적으로 지어낸 스토리지만 버젓이 살아있는 그녀를 죽이는 허구는 너무 심한 처사라고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바로 그 자신이었고 그녀의 죽음은 바로 자신의 `사랑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대단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가끔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계속 신들린 듯 열변을 토했다. 　 운명에 대해서라면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내가 그녀의 좌절감에 조금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유행이나 세상 아류를 따르는 것을 혐오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독특한 얼굴형에 나름의 매력을 느꼈으면 느꼈지 좌절감을 줄 리가 없지요. 나의 첫사랑 그녀가 내 존재에 대해 그렇다 할 의미를 갖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이 바로 그녀의 비극적 운명이고, 그녀로 인해 첫사랑 연인의 사체를 맨 먼저 봐야 했고, 뒷수습을 하도록 운명 지워져 주홍글씨를 평생 달고 다녀야 하는 주검과의 만남은 나의 운명이었고요. 그러니까 지금 나는 여러분 앞에서 네모의 운명에 대한 창조적인 스토리텔링을 해 보았습니다. 네모는 필연적 운명이다. 맞습니까. 그는 히죽 웃으며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럼 다음은 누가 발표하시겠습니까? 네모에서 세모를 연상하건 동그라미를 연상하건 우리의 브레인스토밍은 반짝이는 별을 생성해낼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