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3김(金) 정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3김 정치는 그 주인공들이 사라지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대통령이 됐다. 한 사람은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2인자 위치에 만족해야 했다. 이들은 동시대를 살면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한국 정치를 이끌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시절, 국민들에게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바로 국민의 관심 사항이 되었다. 두 사람은 이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꿈꿀 대통령이란 자리까지 올라갔다. 3김은 정치 프로라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YS와 JP는 한 번도 하기 어려운 국회의원을 무려 9번(비례대표 포함)이나 했다. DJ도 여섯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세 사람 모두 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의회 경륜에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이들은 지역 기반까지 더해져 범접할 수 없는 정치력을 갖게 된다. 다 알다시피 YS는 부산·경남, DJ는 호남, JP는 충청도에서 지지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3김 정치는 권위주의 시대를 딛고 문민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한국민주주의 발전에 나름 밑거름이 되었다. 3김 정치를 우리는 보스정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3김이라는 절대적 권위를 가진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정치구조를 말한다. 위에서 한 번 정한 결정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위계질서가 확실히 작동하는 그런 정치였다. 권위주의 시대 야당을 향한 끊임없는 공작과 탄압이 난무하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3김 정치 같은 보스정치를 오늘의 잣대로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순 없을 것이다. 3김 시대 마감과 함께 우리 정치는 한층 변모된 모습을 우리 국민에게 보여줘야만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계파정치는 사라지지 않았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과 대립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만 가중시켰다,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과거 단일대오를 이뤄 싸우던 야당의 단합된 모습은 지금은 찾기 어렵다. 야당끼리 서로 치고받는 것이 아니라 야당끼리 서로 총질을 하며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석수가 10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 부족해 보인다. 정부와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 추세에도 불구 그 과실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형국이다.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지 못한 결과인지 모른다. 지금은 정부의 실정에 대응하기 위해 카리스마 넘치던 3김과 같은 지도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대여투쟁이 요구되는 시기다. 그런데도 야당은 국민에게 강인함을 각인시키고 대안 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그런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과는 멀어 보인다. 3김의 정치적 발언은 그때그때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어려운 여건을 맞이할 때 마다 활로를 개척하는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야당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러한 정치 이력들이 국민의 선택을 이끌었고 마침내 대통령이란 영예로운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대립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한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집권 여당과 일부 야당간에 극심한 대결국면이 결국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는 극단적 상황을 초래했다.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들에게는 유리하나 자유한국당과 같은 거대 야당의 경우 기존보다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선거법 처리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지금이라도 한국당과 선거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당도 협상에 임해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 여야는 선거법 협상을 자신들의 밥그릇 따지기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유권자인 국민의 뜻은 어디 있는지 헤아려야 할 것이다. 지금의 정치판이 3김시대보다 더 후퇴한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