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고전음악 동호회` 창립 22주년을 맞았고 기념 연주회가 열린다고 해서 경주고전음악 동호회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연주되는 곡들도 주옥같은 곡들로 수준이 높고 평소 쉽게 듣던 곡들도 아니라 빗속을 뚫고라도 가야만 하는 당위성이 생겼다. 경주예술의 전당 원화홀에서 음악을 들어 보신분이라면 원화홀의 음향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익히 아는 이야기 인데 라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화홀 입구에서 연주회 진행을 맡은 동호회장님과 기획을 맡은 회원을 만나 입장권을 받아 들고 원화홀 입구에 접어들면서 로비 곳곳에서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을 보며 경주시민들의 음악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이 와 닿았다. 연주회장에 들어서서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며 연주회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자리에 앉았다. 원화홀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고, 연주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연주회가 시작되자 22주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의미가 새삼 떠올랐고, 그동안 매달 음악회를 열면서 쌓아온 내공이 빛을 발하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연주회 시작부터 바리톤의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에 온통 마음이 빼앗겨 감동에 젖어 관객과 함께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만족스런 연주회를 예감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 일수도 있겠지만 이날 연주회 무대에 오른 박정환님과 이윤정님, 장지영님의 연주를 들으며 지방에서도 이렇게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은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에게만 열광을 하고, 지방의 공연을 잠시의 시간 때우기 정도로 여기는지 아쉬움이 많이 드는 한편 이렇게 훌륭한 연주자를 경주에서 접하게 된 행운을 지인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또 이 연주회는 다른 연주회와는 달리 `설명이 있는 음악회`라는 특별함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러한 설명을 곁들인 연주회의 방식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도 클래식 음악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동호회 임원진과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 뒤풀이 시간에 합석하게 돼 기획에서부터 연주회가 막을 내릴 때까지의 숨겨진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듣게 됐다. 다른 동호회와의 차별적인 운영방법과 공연을 기획해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도 알게 됐다. 진행을 맡은 회장님과 공연을 기획하고 음향을 담당하는 회원의 각별한 사랑의 열매가 22주년이 있게 한 것이라 여겨진다. 경주고전음악회는 1998년 7월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모여서 현재까지 이어왔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야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회장님은 음악애호가들에게 음악회의 존립을 맡긴 셈이다. 가치관이 남다른 회장님의 음악회에 대한 마인드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음악회가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동호회에 대한 역발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서 열린 생각으로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풍토가 현재의 시대를 잘 반영해주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고전이라는 장르를 고집하지 않는 설명이 있는 음악회를 통해 다양한 예술과 교감하는 시간을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길 진정으로 바란다. 경주고전음악회는 22년이라는 숫자에 못지않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문화 전파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만큼 성장한 동호회가 되었다. 이번 연주회처럼 앞으로 경주를 빛내는데 한 몫을 하고자 하시는 분에게는 좋은 기회의 장이 아닐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 소개된 `소확행`처럼 오늘은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하고, 가치가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고전음악회가 22돌을 맞아 외부 행사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듯이 앞으로도 속도보다 방향에 맞게 진행되어 진다면 오랫동안 경주를 대표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악 동호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