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당신이 원하는 것 사이에 벽이 있다. 당신은 그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밥딜런그는 K의 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로 가사를 슬쩍 바꾸기도 했다. 약디 약은 수이지만, 가장 수준 낮은 표절이 그렇게 대가의 문장 속 단어를 슬쩍 갈아 끼우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노랫말 표절에 병적으로 매달렸다. 발 딜런의 노래를 예를 들면.　나는 너무나 지쳤어/나는 혼란을 느끼고 있어/어떤 혀도 말할 수 없지/말들은 내 머리를 채우고/그리고 바닥에 쓰러져/만일 하나님이 우리 편이라면/그분은 다음 전쟁을 멈추게 하실 거야―`하나님은 우리 편 With God on Our side` 부분　그는 이렇게 바꿨다. ―만일 하나님이 내 편이라면 그분은 내 머릿속 벌떼를 쓸어버리실 거야. ―만일 하나님이 내 편이라면 그분은 훌륭한 강의 예문을 내려주실 거야. ―만일 하나님이 내 편이라면 그분은 녀석의 아버지가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게 하실 거야.　고통스러웠던 청년 시절 그는 술을 마시고 밤거리를 배회하다 교회 벽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수고하고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교회 문을 두드렸다. 본당으로 그를 안내한 관리 집사 덕분에 그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가 교회에 나가고 얼마 후 관리집사는 교회를 등졌다. 그분에게 긍휼을! 관리 집사는 하나님을 버릴 사람이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그는 관리 집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씌웠다. 　거리는 최루탄 가스로 뒤덮여있었다. 휴교령이 떨어지고 학교는 군인들이 점령했다. 그는 시위대 친구들의 손을 뿌리쳤다. 한 끼의 밥이 전단지보다 급했다. 사회도 정치도 민주도 한 공기의 쌀밥 앞에서 의미를 잃었다. 그는 매일 교회로 갔다. 눈과 귀를 막고 걸어도 최루탄 냄새는 코를 찔렀다. 친구들이 감방에 들어가 고문을 받는 동안 그는 교회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친구들이 직장을 잡지 못해 외판 사원을 하는 동안 그는 시골 중학교에 발령을 받아 월급을 받았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삿대질할 때 그는 새벽기도를 하며 소망을 꿈꿨다.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했던 예수는 정말로 그를 쉬게 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형통한 지금―형통? 밥을 굶지 않는 것이 형통인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왜 쉴 수 없는가? 쉴 수 없는 게 아니라 쉬지 않는 거지. 왜 쉬지 않는가? 쉬지 않는 게 아니라 쉴 수 없는 거지. 왜 쉴 수 없는가 말이다 쉴 수 없으니까 쉬지 못하는 거지. 누군가가 그의 마음에 속삭였다. 쉴 테면 영원히 쉬어야지. 　 "당신 또 책상 앞에 앉았어!" 아내가 등 뒤에서 불씨를 던졌다. 아, 뜨겁다!  "건강 잃으면 끝이야." 그로부터 다시 불붙은 아내의 시위. "명퇴해, 명퇴! 안 선생도 이번에 명퇴했잖아." 정년까지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국어과 안수밀 선생 이야기였다. 명퇴 이유가 그것이라니! 그는 안 선생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때는 젊은 시절이었다. 방학 때 여학생 몇이 집에 놀러 와서 점심을 먹인 후 근처 공원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 두 명은 그의 차에 탔고, 나머지 세 명이 아내의 차에 탔다. 학생들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수밀 선생 말이야." 입을 뗀 아내가 갑자기 머리를 흔들어대며 키득거렸다. "수업 시간에 계속 키스에 대해 설명한다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절을 늘이며 키―스, 하면 얘들이 아, 징그러워, 하며 소리를 지른대.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가지고 두껍고 진한 입술에서 파편이 튈 때 너무 싫다는 거야. 안 선생 왜 그래?" 키스 선생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꾸역꾸역 정년까지 가겠다는 안수밀이 느닷없이 명퇴했다. 그와 아내가 부부를 불러 식사를 대접했고, 남편 둘이 스크린 골프장에 간 사이 아내 둘은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아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일찍 명퇴했어요?" "저이가… 얘들이 깨물고 싶을 만치 귀엽더래요. 자꾸 손을 잡고 싶고, 이러다가 사고 칠 것 같다면서…." "혹시 안 선생님께서 어디 몸이 편찮으신가요? 아직 그 정도 나이가 아닌데." 갱년기를 생각한 물음이었다.  "여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자신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며 학교 가기가 무섭다고, 수치를 당하고 쫓겨날까 두렵다며 한동안 출근을 머뭇거렸지요. 내가 그만두라고 했어요." 아내는 잘했다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