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마태복음 6:3　그는 주민센터를 찾아가 동장을 만나서 동네 사진을 보여주며 대책을 세우라고 종용했다. "그러지 말고 동장님, 시찰 한번 나와 보세요." 여차하면 시청으로 달려갈 기세였다. 그래서인지, 동장이 무슨 바람을 탔는지, 늦은 퇴근을 하며 문제의 현장을 찾아갔다. 그가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었다. 환경미화원이 오는 날이 아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동장이 그의 선행과 맞닥뜨린 후 어찌어찌 소문이 퍼져 방송국에서 그를 취재했고 그러자 줄줄이 다른 방송국에서 몰려들었다. `모범시민, 모범교사의 하루`라는 제목의 특집이 나갔다. 　이마에 별이 붙고 나자 그는 강박을 느끼며 퇴근 후 자유 시간을 더욱 봉사에 바쳤다. 그의 확장된 봉사활동은 시청으로 뻗어나갔다. 신고와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시청 공무원들 모두에게 그의 이름이 회자되었다. 예를 들어 어디 어디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왜 지붕을 덮어주지 않느냐. 도서관 열람실을 확장해 달라. 자기 집 앞이라 하여 도로를 반이나 점거하여 상시 주차하는 트럭의 사진을 찍고, 초등학생의 등굣길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신문사에 투고하고 시청에 보냈다. 시정될 때까지 끈질기게 재촉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면 담당 공무원을 칭찬하는 댓글을 빽빽하게 달아주는데도 꽤나 정성을 들였다.　"당신 방송 타고 표창장 받은 후 변한 거 알아? 더 피곤해졌지? 그런 짓 다 치우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공부나 좀 봐줘." 실컷 속사포를 쏘던 아내가 이제 그의 심장에 꼬챙이를 들이댔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살아?" 그는 머리칼을 한 올씩 잡아 뜯으며 반격의 포고문을 생각하느라 빨개진 눈을 아내에게 던지고는. "비꼬는 줄 알아. 그 말이 하고 싶겠지." "무슨 말?"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게 하는도다." 그는 아내를 노려보면서 마태복음 23장 25절이라고 덧붙였다, 입속으로는 네가 예수라도 되느냐고 이죽거리면서. "비켜. 화장실 좀 가게." "구렁이 담 넘어가네" 아내는 당장 결판을 내려는 듯 문 앞을 가로막고 서서 협박했다. "이대로는 안 돼. 학교에 병가 내고 병원에 가보자. 골목청소 그만둬. 이제 민원도 넣지 마. 시청에서 받은 그 표창장 찢어 없애버려. 시키는 대로 안 하려면 이혼해. 나 과부되기 싫어." 그가 뚫어질 듯 아내를 노려봤다. 담배연기를 뿜듯 아내의 얼굴에 한숨을 뿌리고 홱,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화장실에 다녀온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마을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알리는 차임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니 무슨 음악상을 받았다는 노래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을 들을 틈도 없고 음악에 문외한인 그가 기억하는 것은 단 한 줄의 가사였다. 가수 K의 자서전을 읽은 그는 K의 열정적인 삶에 놀랐고, 신에 대한 그의 경외심에 놀랐고, 무엇보다 그의 노래인 시에 놀랐다. 그리고 진짜 놀란 것은 자서전을 쓴 저자 S의 글이었다. 그는 S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메일을 썼고, 그의 유명세를 알고 메일을 읽을 민폐를 생각하며 보내기를 주저한 채 보관함에 넣어놓고 보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