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AC와 DC가 뭐냐고 묻길래, 갑자기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서울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컴퓨터 과목 산업체 대표 초청 특강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여러분도 다 아시듯이 컴퓨터는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제품의 일종이다. 따라서 나는 우선 전기가 무엇인지? 아는 학생은 대답해보라 했더니, 모두 두리번거리다가 한 학생이 `불 켜지게 하는 거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때, 우리 교육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전기로 된 몸을 가지고, 전기로 된 음식을 먹으며, 전기 작용으로 살아있고, 전기로 동작하는 갖가지의 도구를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전기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고, 전공(專攻)불문 사람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교육을 교육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학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이,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잠을 자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시험에 잘 나오는 원소기호 몇 개 정도는 암기하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자연계에는 가장 가벼운 원소인 원자번호 1번, 원소기호 H로 표시하는 `수소`로부터 시작해서 가장 무거운 원소로 알려진 원자번호 92번, 원소기호 U로 표시되는 `우라늄` 까지 있다지만, 그 내부 구조는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아서, 플러스 전기를 띤 `양성자`와 전기적 성질이 없는 `중성자`가 핵을 이루고 있고, 양성자와 동수(同數)의 마이너스 전기를 띤 `전자`가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형태가 물질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비롯해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로 구성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반대로 모든 물질이 곧 `전기`의 원천이라는 이론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음전기와 양전기가 서로 균형을 이루어 중화된 상태에서는 전혀 전기적 성질을 들어내지 않지만,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 그 균형이 무너지면, 그 물질은 바로 전기적 성질을 가지게 된다. 즉,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전기란 원소의 핵력(核力)을 이탈한 전자를 의미하는 것인데, 양전기라는 짝을 잃은 음전기(전자)들이 모여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전류`라고 하는 것이며, 모든 종류의 가전기기는 이 전류의 흐름을 이용하여 용도에 따라 작용하도록 만들어진 도구라는 말이다. 전기가 과학 문명의 재료가 된 이유는, 바로 전류가 흐를 때 발생되는 여러가지 물리화학적 현상 때문인데, 전기를 거친관로(저항)로 통과시키면, 열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빛을 발산한다. 그리고 전류가 흐르는 주위에는 강한 자력(磁力)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기는 전열기구가 되기도 하고, 조명이 되기도 하며, 자력을 이용한 동력기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전기는 여러가지 화학반응에도 관여하여, 다양한 화학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기 통조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터리 역시 전기화학반응으로 가능한 것인데, 진보된 배터리 기술이 바로 오늘날과 같은 모바일 문명시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류를 DC(direct current)라고 하는데, 의미 그대로 특정방향을 향해 일정한 세기(전압)로 흐르는 전류라고 해서 직류(直流)라 하고,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제품은 물론 모든 가전기기에 쓸 수 있는 질 좋은 전기가 된다. 반대로 AC(alternating current)는 원자력이 되었든, 화력이든 수력이든 간에 터빈의 회전력을 이용하여 도체(導體)속에 들어있는 전자들을 강제로 펌핑하여 발생되는 전기이기 때문에 AC 그 자체로 전력을 저장할 수 없고, 반드시 부하(負荷)와 동시에 연동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교류 전동기나 전열기구 혹은 백열전등 외의 다른 전자제품에는 전혀 쓸 수 없는 질 나쁜 전기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교류는 초 당 수십 회 이상 전류의 방향이 바뀔 뿐만 아니라, 전류의 세기도 일정하지 않게 맥동치기 때문에, 정밀한 정전압과 정해진 방향의 전류만을 요구하는 모든 전자제품의 전원으로는 사용이 불가하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에는 필수적으로 교류를 직류로 바꾸어 주는 `아답터`가 내장 혹은 외장되게 된다. 아마도 미래에, 요즘처럼 발전소에서 전기를 일으켜 멀리 가정까지 배달하는 비효율적 방법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태양전지나 연료전지를 이용하여 DC전기를 생산, 저장해두고 사용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AC 가전 기구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모두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전자제품을 무지 좋아하는 나는 DC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