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국내 전역서 확산되고 있지만 보수지역인 대구에선 오히려 주춤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계 의류 브랜드가 여름철 대목인 정기할인 행사에 돌입하면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대구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었던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께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한 일본 브랜드 의류 매장에는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옷을 고르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되는 여름정기 세일 `SUMMER FINAL SALE`에 접어들면서 휴가철을 앞둔 시민들이 주말을 이용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진열대에 놓인 옷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기도 했으며 일부 대폭 할인되는 인기 상품 진열대에선 부족한 재고로 서로 언성을 높여 매장 관계자가 중재하기도 했다. 　 일부 젊은층은 휴대전화를 통해 친구들과의 층수를 확인하거나 제품의 사진을 공유한 뒤 마음에 들면 매장용 장바구니에 같이 담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시민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휴가를 앞두고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할인행사를 하는 매장을 찾았다"며 "불매운동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지켜야하는 의무도 아니기에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일에도 이 매장은 옷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16일 오전 11시25분께 이 매장 앞에는 개장 5분여를 앞두고 연인, 가족, 친구들로 구성을 이룬 시민들이 몰려있었다. 일부 매장을 찾은 중년 여성들은 최근 여론을 의식이라도 하는 듯 쓰고 있던 모자나 들고 있는 핸드백으로 얼굴을 가리고 개장을 기다리기도 했다.　 잠시 후 매장 문이 열리자 개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현관에 마련된 장바구니를 챙긴 뒤 미리 봐 두기라도 한 듯 진열대에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매장 앞에서 만난 시민 K(26·여)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구입할 수 있는 이 의류는 이미 대구의 대표 매장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세일까지 하니 시민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주머니가 팍팍한 요즘 시대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이 지켜진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일본 브랜드 구입에 대해 시민 장우용씨(38)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지만 민간차원에서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줄 필요가 있으므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민간운동으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며 "국민 상당수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가운데 일본 의류제품을 값이 싸다는 이유로 구입한다는 것은 국민적 정서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국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오카자키 타케시는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결정적으로 전체 실적에도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