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역할이 범인을 잡고 가두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닌 지역 사회 시민들의 어려움까지 일선에서 돕는 직업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경찰이 되려고 노력했다" 박덕락 대구 중부경찰서 정보계장(사진)은 "큰아버지께서 경북 상주시에서 경찰로 계시다가 은퇴하셨다. 당시 열악한 여건에 아버지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지만 경찰의 자랑스러움은 잊을 수가 없었고 오랜 설득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1990년 12월 대구 동부경찰서 신천1동 파출소를 시작으로 경찰공무원으로써 첫발을 내딘 박 계장은 누구보다 경찰의 열악한 여건을 큰아버지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복을 입고 계신 큰아버지를 뵐 때마다 늠름한 모습에 매료됐다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무렵 경찰이 되기로 결심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시작했다. 문제는 가족의 응원 속에서 경찰관을 준비하는 주위 친구들과는 달리 박 계장은 아버지의 강경한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경찰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친구들보다 더딜 수 밖에 없었고 교재 구입이나 학원비 마련 등의 어려움도 그를 괴롭혔다. 박 계장은 "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를 꽤 오래 했지만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랐다. 이대로 가다간 죽도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결국에는 아버지에게 밝혔다"면서 "아내와 자식을 앞세웠다. 하고 싶은 일로 가족을 먹여살려야겠다고 설득하니 그제서야 아버지께서도 결국 허락을 해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면서 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는 순조로웠다.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직업이란 점에 매료돼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준비해왔던 자신의 꿈이자 진로였던 만큼 그의 열정은 시간이 갈 수록 커져만 갔다. 경찰이 되기 위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경찰이 돼서도 경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는 온화한 인품과 친화력, 정확한 업무처리로 주위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계장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나서는 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동료들이 그렇게 평가 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경찰들이 저와 똑같이 하고 있다. 힘든 일도 많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로써 생겨나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박 계장은 30여년에 가까운 경찰 생활에서 유독 대구 지역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있을 당시 알게된 청소년들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 그는 비행청소년, 소년·소녀 가장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고 이후 훌륭하게 성장해 찾아올 때는 어떤 일과도 견줄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박 계장은 그러나 주위 동료를 비롯해 선·후배들이 약해진 공권력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는 경찰로써 상당한 회의감이 든다고도 했다. 경찰 본분의 역할이 시민을 지키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약해진 공권력이 오히려 경찰을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결국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경찰의 약해진 공권력은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대두돼 왔다. 취객이나 일반 시민들로부터 폭행·폭언을 듣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속설까지 생겼을 정도로 상당수 경찰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다가 검거된 사람은 4만2752명에 이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훈방되거나 일부는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 받는다. 경찰을 폭행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계장은 "많은 경찰들이 시민들의 폭행·폭언으로 우울증을 앓는 등 심각한 문제에 노출돼 있다"며 "경찰도 사람이기에 약해진 공권력은 소극적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자칫 이에 따른 피해가 시민들에게 전가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