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이날 찾아간 이 전 대통령의 생가는 조용했다. 방문객은 필자 일행 외에는 없었다. 기념촬영을 위한 벤치는 있었지만 전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 고향 집이라는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10여 년 전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생가 모습과는 격세지감이다. 생가 인근 기념공원에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고학을 하며 어렵게 학업을 마친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과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거쳐 2007년 12월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데는 실물경제를 잘 아는 이 전 대통령이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그의 당선에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청계천을 복원한 치적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3·1고가도로를 걷어내고 복원한 청계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계천 복원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도심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낸 환경복원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면서 이 전 대통령의 인기와 주가는 상승했다. 그런 인기를 등에 엎은 이 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나 다름없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선에서 이기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국가운영은 기업 경영과는 다른데도 지나치게 기업 논리로 국가적 사안에 접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시 말해 공적 책임과 공적 의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벌들에게 자신의 직통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애로사항이 있을 때 연락하라는 당부를 하는 등 지나친 친기업 위주의 행보도 논란거리였다. 특히 재임 중 검찰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경위야 어찌 되었든 이 전 대통령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적폐청산의 칼끝은 이 전 대통령에게도 향했다. 검찰수사가 자신을 향해 옥죄어 오자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엔 직접 기자회견을자청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당시 그는 자신을 향한 검찰수사를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자신의 재임 기간 숨진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 친노 측은 모욕주기식 검찰수사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검찰수사가 이 전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전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수사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공객적으로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대해 문재인 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직접 충돌한 것은 이례적인 일 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지난해 3월 중순 다스 횡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으며 같은 해 10월 초에 열린 1심에서 법원은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구속 349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어느 나라든 권력의 최꼭대기에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교도소에 가는 것이 관례가 된 것 같다. 적적한 이 전 대통령의 생가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전직 대통령은 이빨 빠진 호랑이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