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판문점 미북정상회담은 그동안 북핵관련 미북회담 가운데서도 각장 극적 효과가 높은 이벤트였다. 미국 대통령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땅을 밟았다는 자체가 폭발적 뉴스성을 지닌데다가 하노이 회담후 경색국면에 있던 미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평화구축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미북 양정상이 3자회동을 한 가운데 미북이 따로 양자회담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국민에게 뭔가 찜찜한 기분을 남기고 있다. 비록 문대통령은 이번 양자회담 전에 트럼프와 충분한 대화를 가졌고 이 자리도 자신이 주선했으나 대화는 전적으로 미북간에 진행한다고 미리 말했어도 우리 국민으로서는 미심쩍은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전후 사정 때문인지 미북정상회담직후 트럼프대통령이 밝힌 합의 내용에는 우리의 안보이익에 문제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요지는 미북간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목표에 합의하고 실무회담을 2-3주내 시작한다는 것과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 1, 2차회담의 경우에서 보듯 트럼프가 밝히지 않은 다른 내용은 없었는지 현시점에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 개운치 않다. 미북정상회담이 이미 1, 2차에 걸쳐 열렸으나 정작 핵심현안인 북핵문제의 해결은 성과가 없었는 데도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요 한미연합훈련은 이를 계기로 사라진 과거 사례가 상기되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한미방위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처럼 설명했고 우리측 국방부는 비핵화의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처럼 변명했으나 그후 핵문제해결의 진전은 커녕 북의 탄도미사일 도발만 불러왔다. 이번에도 미국측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북한을 핵동결-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넘어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미 정상간의 화려한 이벤트성 회담과 이에 앞선 중국, 러시아의 제 몫 챙기기식 회담은 이해당사국간에 단순한 셈법만으로는 손익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판문점회담을 두고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미국대통령선거와 내년의 우리총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리얼리티쇼란 비아냥도 있다. 그런 논란 속에서도 우리에게는 무엇 보다 미북양자회담양식에 가장 신경이 곤두선다. 여권에서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이번 회담 직후에도 트럼프가 우리에게 위기감을 준 북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사소한 사건처럼 말한 것과 북한이 미북간의 대화에 문대통령은 끼어들지 말라고 무례한 경고를 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핵문제의 당사자는 미북이란 인식을 공유한 것같다. 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는 미국이 직접적 이해당사국인 것은 맞지만 북한의 핵문제는 제1의 이해당사자가 우리 국민이고 그 다음이 미국과 세계 여러나라가 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없다면 미국의 직접적 안보위협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북이 단거리 미사일만 가져도 핵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인 까닭이다. 다만 우리는 핵이 없기 때문에 다른 적대국으로부터 핵공격의 징후가 있을 때 미국의 핵우산 방어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핵문제 당사자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북한이 미북대화에서 우리를 배제하려고 문대통령에게 막말까지 내뱉는 지경에 온 것은 심상치않다. 그런데도 문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미북간에 적대관계의 종식처럼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황당하다. 그동안 평화의 전제가 북한의 비핵화이고 우리가 북핵의 당사자임을 망각하는 듯한 현정부는 먼저 북미해결의 당사자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