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담당교사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 수십명의 학생들을 맡아야 하는 대구·경북의 급식·방과후·돌봄교사들의 현실을 혹시 알고는 있는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경북 구미 H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사로 일했던 교사 A씨(40·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A씨가 방과후 교사로 있으며 직접 경험하고 들었던 대구·경북지역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동환경에서는 완전히 동떨어진 심각한 수준이었다.　 A씨에 따르면 대구·경북 관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교무실, 급식실, 도서실, 과학실, 상담실, 돌봄교실 등 학교 곳곳에 포진돼 있다. 학생들이 하루에 마주치는 교사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며 정규직을 대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일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고 이들 간에 차별은 존재한다`고 인식돼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을 낮게 보는 정규직의 행동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차별도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데 있었다. 비정규직 교사의 경우 수업 중 딴짓을 해도 함부로 지적할 수 없으며 학부모가 찾아와 삿대질을 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감수해야만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돌봄교사나 급식 관련 종사자들도 교장·교감과 정규직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무슨 지적이 나올지 몰라 움찔거리는 경우가 많고 이런 모습을 본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무시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A씨는 "다른 학교에 들어간 친구나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 급식 분야나 돌봄, 교사들까지 비정규직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구·경북교육청 모두 비정규직 교사들에게 급여 인상 등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고 있다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규직과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대우는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의 주장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3일 대구 지역 학교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오전 8시께 대구 북구 침산동 침산중학교 정문에서 만난 이 학교 2학년 U군은 전국 학교 비정규직의 파업을 정당하게 본다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보아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당사자들이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된다는 말도 함께 했다.　 U군은 "학교에서 보게 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새삼 깨닫기까지 만들어 준다"며 "중학교 입학 당시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지성인`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말씀을 이제는 정규직 선생님들께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파업으로 학생들의 점심을 빵으로 대체했던 고산중학교 2학년 학생 P양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안타까워했다. P양은 정규직 교사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해도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모습이 학교의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고도 했다.　 P양은 "우리 학교 학생들 중에선 공부에 차질을 준다는 불평의 목소리도 있지만 비정규직 직원들의 초라함에 안타까운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물론 정규직 선생님들에 비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스펙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차별의 기준으로 둔다면 과연 우리는 무슨 이유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정규직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일 있었던 교육 당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막판 협상이 결렬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같은 입장으로 생각해 달라는 연대회의의 입장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정규직 교사나 직원들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수년 동안 시험에 매달려 결실을 맺었지만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았다"며 "만약 비정규직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을 똑같이 만든다면 `정규직`의 관문이라 일컫는 임용고시 등은 모두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대회의는 현 정부 임기 내 교육공무직(비정규직)의 임금을 `9급 공무원 80%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본급 6.24% 인상과 각종 수당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기본급 1.8% 인상안이 최대라고 맞서고 있어 이에 따른 파업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