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들의 일상을 전해주는 북한뉴스를 보다 보면 대한민국 국민이 저기에 갔다간 바로 눈에 띄어 들통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북한 사회는 여전히 획일적인 모습이었다. 생김새나 말투는 물론 옷차림도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보니 남한 사람이 갔다간 바로 구분되고 말 것 같았다. 자신의 개성대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머리 색깔뿐 아니라 의복도 자신의 취향대로 입다 보니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어도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보낸 간첩은 번잡한 도시의 인파속에 섞여 있으면 구분하기 어려워도 반대로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낸 간첩은 북한 주민들과 섞여 있다간 얼마 못가 바로 정체가 탄로 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더 더욱 낯선 외국인의 입출입은 엄격히 통제되는 북한 사회에서 남한의 생활방식이 몸에 밴 대한민국 국민은 당장 북한 인민들로부터 "동무!어디에서 왔소?"라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수상한 낯선 사람을 보면 신고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반공 세대들에게는 북한은 여전히 경계의 대상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아직 회담에 대한 성과가 없는 마당에서는 북한은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강원도 삼척항으로 입항한 사건은 수상한 사람을 보면 신고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반공 세대들 눈에는 납득 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 두 가지 아니다. 이들은 삼척항까지 입항할 동안 군경의 아무런 제지를 받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야당은 우리 군의 허술한 해상경계태세를 질타하며 국방장관 사퇴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데다 속속 드러나는 이상한 징후들은 삼척항 북한 목선 입항 사건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입항 선원 4명 중 2명은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2명은 귀순했다는 보도다. 이들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했다고 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의 연령은 20~50대라고 한다. 이들 중 다림질로 빳빳하게 다린 인민복을 입은 20대 남성과 전투복 상·하의를 입은 30대 선장은 귀순 했고 50대 기관장과 40대 추정 선원은 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배 안에는 식재료가 있었지만 취사도구는 없었고 어창에는 잡은 고기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주일이나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생쌀과 양배추, 당면만 먹고도 탈진하지 않고 삼척항으로 입항했다는 게 신기하다. 과거 같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변한 탓인지 너무 차분한 게 이상하다. 이들이 여기까지 온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일행 중 2명은 왜 돌아갔는지 너무 궁금하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그런 궁금증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정부 발표는 이런 다수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기엔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이들의 삼척항 입항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민간인의 신고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엔 중국인인줄 알았다는 신고자는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가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북에서 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서울에 있는 이모와 통화하려고 한다며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해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112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인민복을 입은 젊은 사람은 진짜 옷을 깔끔하게 입고 있어 놀랐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만약 이들을 발견한 신고자가 바로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그대로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있었을까. 아님 다른 액션을 취했을까. 출동한 경찰들의 모습도 너무 태연해 보였다. 뒷짐을 지거나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서서 방파제 아래 선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올바른 대응법인지 혼란스럽다. 모든 게 반공세대로선 이해 못할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 이번 삼척항 북한 목선 사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