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우리말 중에 `품앗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힘든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 필요할 때 노동력을 제공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관습을 의미함인데, 비단 노동력뿐만 아니라 이웃집에 길흉사가 있을 때도 서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부조금 역시 품앗이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현재에는 그 본래의 취지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즐거운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지만, 힘든 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은 공동생활을 하게 되었을 것인데, 공동체가 자꾸 커지면서, 아주 욕심 많고 나쁜 놈들이 나타나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 들면서, 주고받던 품앗이가 일방적인 탈취문화로 바뀌게 된 것이 아닐까? 받은 자는 주려하지만, 빼앗긴 자는 빼앗으려 할 수밖에 없다. 무슨 경제이론들이 그렇게 복잡한지는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경제이론의 원리는 대단히 단순한 것이다. 그러니까 준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받았으면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 도둑은 주지 않고 가져가기 때문에 도둑인데, 하나를 주고 둘을 가져가는 것 또한 도둑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원래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나기 때문에, 누군가가 거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주지 않고 가져갔거나, 주었더라도 하나를 주고 둘이나 셋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고, 아니면 거대한 상속을 받은 경우인데, 그 또한 장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거래의 적법성을 일일이 다 가려내기가 어렵더라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수 천 배 내지 수 만 배에 달하는 부를 소유하고 있다면, 소유 자체가 이미 의로운 일일 수 없고, 어떤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거래에서는 그렇게 큰 이윤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도한 이윤까지를 합법화 한 상법은, 과도한 이윤의 기회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제정되고 운영되어온 법일 가능성이 높고,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경제 사건들이 그런 혐의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지 아니한가? 나는 부(富)가 죄가 될까 두려워서 가난하기를 원치 않으며, 인간이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적정한 수준의 부가 필요하고, 따라서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도한 부는 과도한 결핍을 숙주로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의 축적과정은 반드시 추적되어야 하고, 만일 정당한 축적과정이 입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사회로 다시 환원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을까? 빼앗아 간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탄압이라 하는 것은 공범의 논리에 불과할 뿐이라 생각한다. 과학문명은 분명히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했지만,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권력을 독점한 사람들에게 합법적인 수탈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 사실로 보이고, 이제 대중들이 가진 유일한 자산인 노동력까지 무용지물이 되는 전대미문의 산업구조 재편시기가 도래함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돌파구는 바로 품앗이 문화의 부활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준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것. 거대한 독점 자본에 의한 거대한 자동화 생산은 구매능력을 모두 상실한 대중들 때문에 존립 자체가 불가능 해진다. 따라서 자본은 당연히 분산되어야 하고, 공동 투자에 의해 자동화 생산 시설이 공동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투자자가 공동 운영자이며 또 투자자가 소비자가 되는 구조가 되지 않는다면 사회체제 존립이 불가능 하다는 자각들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불황도 호황도 나눌 수밖에 없는 공유경제체제를 내 나름대로 새로운 `품앗이 경제`라 이름해본다. 모든 사람들이 품앗이만 잘 한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며, 품앗이 문화의 부활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