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해방을 맞게 되고 그해 일본 오사카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왔어요. 광복을 맞은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 행복함에 흘렸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전쟁이 터지니 당연히 북한군과 맞서 싸워야 했지요." 대구시 서구 비산동의 신호주씨(93)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중 한 곳인 강원도 인제군 복면 원통리서 나라를 위해 북한군과 맞서 싸운 호국 용사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오사카에서 자라온 그는 귀국 후 가족이 제대로 된 정착도 하기 전에 6·25가 발발했다. 신씨는 1952년 나라를 위해 총 한 자루를 움켜쥐고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전쟁터로 향했다. 신씨는 "당시에는 10대에서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총을 들 힘이 있는 장정들은 무조건 전쟁터로 나가야 했던 분위기였다"며 "마음만 먹는다면야 징집에서 빠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일군 해방인데 또다시 공산화되느냐 싶어서 총을 들고 싸우러 나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신씨는 포항에서 제주도로 건너가 89일의 기본 훈련을 받고 곧바로 북한군과 대치 중인 원통리에 배치됐다. 1953년 6월 27일 저녁 무렵 보통은 오후 5~6시에 나와야 할 저녁 식사가 그날따라 한 시간 빠른 오후 4시에 제공됐다. 식판을 받아 든 그는 분명 야간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 직감했다. 신씨의 예상대로 그날 저녁은 아군이 먼저 북한군을 공격했다. 북한군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언덕 밑에 포진된 아군은 총 한 자루와 수류탄 등을 가슴에 매단 채 기어 올라가다시피 북한군의 고지로 다가갔다. 원래는 아군의 기습공격으로 감행된 전투였지만 북한군은 금세 아군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신씨는 "우리가 고지 밑에 포진돼 있을 때 기습공격이라는 이야길 들었다. 안심을 했었다. 우리가 적군의 시야에 목격되지 않는 이상 먼저 발포를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며 "적군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밑에서 은신해 있는 쪽으로 60mm 포탄을 연달아 쏘아댔다.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번 전투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상시처럼 적군을 쓰러뜨리고 위풍당당하게 또 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벌어진 충격은 신씨를 충격에 빠뜨렸다. 바로 신씨가 엎드려 있는 곳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박격포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는 "포탄이 터졌을 때 옆에 동료 2명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포탄이 터지면서 사람 몸이 풍선처럼 터져버린다는 것이었다"며 "너무 무서웠다. 강인한 생각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저 역시도 그 포탄 파편에 다리를 맞았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부축을 받아야 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과다 출혈로 한기까지 느끼고 있던 그는 어떻게든 아군의 진지로 가려고 했고 밤새도록 기어오다시피 움직인 결과 아군의 진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는 아군에 있던 동료들로부터 놀라운 이야기기까지 들었다. 자신이 기다시피 통과한 지역이 아군과 북한군 모두 가기 꺼려했던 지뢰밭이었던 것이다. 전쟁 이후 신씨는 3대 군인 명문가를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자식들에게 6.25전쟁의 상황을 끊임없이 들려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씨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과 손자들이 아버지, 할아버지의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신씨의 아들 신건수씨는 "우리 집안은 3대 군인 명문가로 모두가 현역 제대를 했다"며 "아버지께선 언제나 우리들에게 남자는 무조건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는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건수씨는 또 "지금은 돌아가신 첫째 형님과 둘째 형님, 저 역시 모두가 현역으로 군대를 제대했으며, 형님들과 제 아들 모두도 군을 회피하려는 생각 없이 현역으로 군대를 제대하거나 직업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언제나 아버지의 생각을 가슴에 담는 후손으로 군인 명문가의 집안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