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또다시 흔들려야겠다비가 온다또다시 젖어야겠다네가 떠난다또다시 네가 떠난다이번에 눈을 감아야겠다 -유지소 `꽃나무`　 꽃나무를 `아름다운 사람`에 비유한 여백이 참 아름다운 시다, 짧지만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좋은 작품은 늘 꿈틀대면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늘 새롭게 읽힌다. 마치 맑은 이슬방울처럼. 마르지 않은 채 머물러 있는 여운으로. 첫 행 `바람이 분다/또다시 흔들려야겠다`는 시구는,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 `바람이 분다/살아봐야 겠다`를 연상 시킨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상황 속에, 화자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당신이 떠난다. 나도 흔들리고, 젖고, 떠나고, 눈을 감는다는 얼핏 단순해 보이는 구조지만 시의 뜻은 깊다. 아무튼 `떠난다`는 것이다. 삶은 죽음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또다시 흔들려야겠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흔들린다는 것`은, 삶이 비록 절망일지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시속의 화자는 `또다시, 또다시` 하면서도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네가 또다시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인가? 바람과의 작별인가?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그 이별 앞에서 차라리 `눈을 감아야겠다`고 선언 한다. 화자의 견딤의 정신력이. 그 미학이 엿 보인다 화자는 `말하려는 것`과 `말하지 않으려는 것` 사이에서 지금 아슬아슬하게 존재한다. `눈을 감아야겠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지금은 침묵이 더 압축적이고 함축적이다. 언어의 절제 속에 화자의 내면 심리가 잡힐 듯하다. `네가 떠난다/또다시 네가 떠난다` 삶에서의 어떤 이별을 암시하고 있다. 슬픔과 절망을 견디고 오늘은 살아남아야 한다. 사랑이여, 눈부시게 덧없는 우리들의 생이여. 오늘도 바람 같은 수많은 이별 앞에서 당신과 나는 차라리 눈이라도 감자. 흔들림 없는 한 개 바위나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