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온 사람만이 고향의 그리움을 잘 안다고 한다.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요, 자기 조상이 오래 누리어 살던 곳을 가리키며 시골 또는 고토(故土)라고도 한다. 고향이란 인간의 가슴엔 사랑의 원류이기도 하고 눈물의 원천이기도 하며 때로는 보석처럼 소중한 곳이다. 김규동시인의 `고향`에 고향엔 무슨 뜨거운 연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을 두르고 돌아앉아서 산과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는 마을이다. 노천명의 `향수`에도 6월의 낮차가/배추꽃이 노오란 마을을 지나면/문득 싱아(야생화)를 깨든 고향이 그리워/타관의 산을 보며/마음은 서쪽 하늘의 구름을 따른다. 복사꽃 살구꽃 피는 따뜻한 마을을 지나면 동리 밖 회나무 그늘에 모여드는 애들과 이야기 하고 세월 따라 가노라면 서는 곳이 고향이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 낮 익은 곳이 더 좋다는 뜻으로 고향이나 고국이 좋음을 피력한 것이다. 고향에서의 현자(이름이 드러난 사람)는 광산의 금과 같다는 말도 유래된다. 프랑스 속담에 포도주엔 언제나 그 산지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호마(중국의 말)는 언제나 북쪽 바람을 향해 서고, 남쪽 월나라에서 온 새는 나뭇가지에 앉아도 남쪽으로 향한 가지를 골라 앉고, 수구초심이란 말은 여우가 죽을 때 고향 언덕을 향해 몸을 돌린다는 고사도 있다. 고향의 산천은 어떠한 이름 난 명승지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며 고향은 실향민에게는 영원한 종교다. 고향을 떠나면 객지에서 많은 고생을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그 마음만은 언제든 가리라. 마지막엔 돌아가리/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언제든 가리라/나중엔 고향가 살다 죽으리/메밀꽃이 하얗게 피는 곳 꿈이면 보는 낯 익은 동리 경주가 본향인 시조시인 류현서님은 지금 울산에 살고 있다. 그의 시 `연어`에, 삶을 찾아 제각기 멀리 떠난 내 형제들/거센 물격 속에서 맵고 짠 타향사리/어머니 살내 맡으며 분만실을 찾아든다. 짧은 시조 한 편에 한국시단의 중진인 류현서시인은 `연어`의 일생을 작가의 운치에 맞게 풀어놓았다. 시적 감각과 회귀성의 일념을 단시로 엮어 놓은 그 기교와 기법은 문학이 사상(생각)의 옷임을 잘 표현한 최우수작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을 느낀다. 그동안 숨겼던 애향심이 시조의 결에 맞게 잘 묘사된 한국시조의 대표작이다. 사실을 개념으로 옮기는 것이 문학의 기능이다. 류현서시인은 인간을 미화, 정화, 상승시키는 기능을 가진 특산물처럼 문학의 가치를 육성의 그림으로 승화시킨 관록 있고 권위 있는 시조작가이다. 문학은 항상 인생을 예측한다. 문학은 인생을 복제(재생)는 하지 않지만 그 목적에 인생을 주조(새롭게 만듦)한다. 애향심은 고향을 아끼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랑이란 우리들의 혼의 가장 순수한 부분이 미지의 것에 향하여 갖는 성스런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떠나 있어야 인간의 마음이 더욱 절실해 진다. 어릴 때부터 몸과 생각에 비어있는 생활의 자취들을 가리켜 향수라 한다, 그리움은 눈물보다 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