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할 때는 예쁜 것만 보였다결혼 한 뒤에는 예쁜 것 미운 것반반씩 보였다10년 20년이 되니예쁜 것은 잘 안 보였다30년 40년 지나니미운 것만 보였다그래서 나는 눈뜬장님이 되었다아내는 해가 갈수록눈이 점점 밝아지나 보다지난날이 빤히 보이는지그 옛날 내 구린 짓 죄다 까발리며옴짝 달싹 못하게 한다눈뜬 장 님 노약자한테그러면못써! -오탁번 `눈뜬장님`　사랑은 어떤 사랑도 가슴 무너지는 아픔 없이 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아내처럼, 남편처럼 소중한 사랑, 충만한 사랑이 또 있을까? 그대와 처음 만날 때, 가슴 설레던 그 사랑의 순간을 우린 잊지 못한다. 그 젊은 날, 우리는 정말 사랑만 생각하고 살았다. 가난도 불편함도 사랑인줄 알고 견디며 살았다. 그때는 세상이 겁나 보이지도 않았다.　　연애 할 때는 제 눈에 안경이라고 아내의 모든 것이 예쁜 게만 보였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보면 예쁜 것, 미운 것이 반반씩 보이다가 10년 40년… 삶의 때가 묻고 보면 꽃 같던 아내의 예쁜 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슬프게도 늙은 아내의 미운 것만 보인다! 는 평범한 이 진실! 그래서 시인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눈 뜬 장님`이 되어 간다.는 아이러니 같은 우리 삶! 을 시치미를 뚝, 떼고 노래하고 있다. 　살다 보면 `눈 뜬 장님`처럼 살기도 참 힘든다. 차라리 `눈 뜬 장님`처럼 사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 지혜로운 자의 경지(?)가 되어야 비로소 `눈 뜬 장님`처럼 산다. 　이 시의 후반부가, 전반부 서사보다 더 재미있다. 　남자는 세월이 쌓일수록 `청맹과니`처럼 되어 가는데, 여자는 거꾸로다. 해가 갈수록 눈이 점점 밝아지나 보다. 지난 날을 현미경처럼 꼬치꼬치 들여다본다. 그래서 남편의 옛날 구린 죄까지 아내는 죄다 까발리는 일이 많아진다. 남편을 옴짝 달싹 못하게 만든다. 이 시의 백미는, 애교 섞인 남편의 위트 섞인 말 한마디, 마지막 3행이다. 　`눈 뜬 장님 노약자한테/ 그러면/못써!` 　그렇다, 노약자는 다름 아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남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