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 속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이라는 감정이 발생하지만, 아직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정확한 물리 화학적 기제(機制)가 다 밝혀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는 공포란 도대체 어떤 기제에 의해 발현되는 심리작용일까? 그 사전적 의미야 당연히 `두렵고 무서운 느낌`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왜 그런 느낌을 가지는가? 라는 질문을 하면 매우 추상적일 수가 있다. 즉, 아직 위험은 오지 않았지만 자신이 곧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지, 그러니까 범(虎)을 모르는 하루강아지야 범이 무서울 리 없지만, 범의 정체를 알게 되면 자신이 곧 범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범이 포효하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공포심이 일어나게 된다. 마치 맛을 아는 음식을 보기만 해도 침샘이 침을 분비하듯이.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어둠에 대한 공포 역시 엄밀히 보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어둠속에 무엇이 있는지? 즉,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막연히 일어나는 공포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이 어둠에 의해 가지는 공포는 실제로 어떤 위험요소보다는 대단히 추상적인 심리적 공포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귀신은 빛(밝음)을 싫어한다고?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르지만,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육신이 없는 귀신에게 눈이 있을 리 없기 때문에 빛과는 무관할 것 같은데, 아마도 사람들의 공포가 어둠속에서 귀신을 초청한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범이나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순사(警察)`였다. `자꾸 울면 순사가 잡으러 온다!` 우는 아이의 울음마져 뚝 그치게 하는 순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공포이기도 했으니, 요즘 파출소(지구대)에 가서 술주정하면서 기물 파손까지 하는 간 큰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갑자기 얼마나 민주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지 격세지감마저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더 옛날에는 죄를 지은 사람, 특히 국가 권력에 도전하는 역적들은 모조리 목을 베어, 관아 앞이나 저자거리에 매달아 놓았다고 하니, 공포가 정치의 수단으로 사용된 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다. 과거의 정치란 항상 극소수의 위정자 그룹이 절대다수 국민을 지배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공포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었을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희생을 거름으로 하여 지금만큼 자라왔고, 이제 빠루나 도끼 등으로 찍어 넘길 수 있는 크기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과거의 안보 공포만으로는 민심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자각 때문일까? 최근 갑자기 `독재타도`라는 붉은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거리에 등장했다. 그런데 과거 독재의 주구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독재타도를 외친다면, 그야말로 적반하장을 넘어 아이러니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독재는 국민이 감시한다. 그리고 용납되지도 않을 것이다. 아직 어둠속에서 귀신의 공포를 가진 사람들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이미 새벽 닭이 울었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으니 귀신인들 머물까? 순사도 겁내지 않고 귀신도 겁내지 않는 국민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니, 여야를 막론하고 이제 공포정치는 막을 내려야 한다. 사람의 인체가 세균에 내성(耐性)을 가지듯이 사람의 두뇌활동 기전(機轉)도 내성을 가진다. 그래서 얘긴데, 국민들에게 충분히 내성이 발생된 공포정치는 그만 끝을 내고, 이제 희망의 정치를 시작해야 옳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사람은 오른손잡이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오십견`이라는 병을 앓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오른손을 쓰기 어려워지면 왼손을 쓰게 된다. 그러나 오른손이 충분히 회복되면 자연히 또 오른손을 더 많이 쓰게 된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